삼성사건 1심때 “에버랜드·SDS 손실분 2500억 지급” 양형자료
두 회사엔 1년째 회계처리 안돼있어…“허위로 냈거나 분식회계”
두 회사엔 1년째 회계처리 안돼있어…“허위로 냈거나 분식회계”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지난해 7월 삼성사건 1심 판결을 앞두고 삼성에버랜드·에스디에스 주식 헐값발행으로 생긴 회사손실액 2500여억원을 스스로 지급한 뒤 재판부에 선처를 요청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하지만 에버랜드와 에스디에스가 지난 1년 동안 공시한 감사·분기 보고서에는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나타나지 않아, 이 전 회장이 재판부에 허위자료를 냈거나, 두 회사가 정상 회계처리를 하지 않고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14일 에버랜드·에스디에스와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지난해 7월11일 1심 판결을 닷새 앞둔 날 재판부에 ‘양형 참고자료’를 내, 특검이 공소장에서 밝힌 에버랜드와 에스디에스의 주식 헐값발행으로 생긴 손실액 2509억원을 두 회사에 지급했으니 선처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당시 에버랜드와 에스디에스 사장이 날인한 지급확인서까지 제출했다. 이 전 회장은 자료에서 “두 회사의 주식가치가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가격에 비해 높을 경우 최소한 기존 주주들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여지가 있어 돈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또 양도세 포탈액 1830억원을 이미 냈고, 특검이 기소하지 않은 차명주식에 대한 증여세 예상액 4800억원도 곧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형 참고자료는 지난 7일 경제개혁연대에 발신인이 적히지 않은 채 우편으로 전달됐다.
하지만 에버랜드와 에스디에스가 지난 1년 동안 공시한 감사·분기 보고서에는 이 전 회장한테서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이에 대해 삼성은 “이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회사가 보관중인 것은 맞다”며 “회계처리를 안 한 것은 돈을 받을 근거가 불분명한데다 재판이 진행중이어서 회사손실액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 재판이 끝나는 대로 돈 처리를 마무리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회계 전문가들은 이 전 회장의 돈은 재무제표에 영업외 수익이나 특별 이익의 ‘자산수증이익’ 항목으로 처리하도록 돼 있다며, 삼성의 해명에 의문을 제기한다. 경제개혁연대의 김상조 소장은 “이 전 회장이 허위자료를 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실제 돈을 냈더라도 두 회사가 1년 이상 정상 회계처리를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분식회계”라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재판 결과에 따라 돈을 처리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김선웅 소장(변호사)은 “이 전 회장이 낸 돈은 선처를 받기 위해 아무 조건 없이 지급한 것으로, 재판 결과에 따라 처리가 달라지는 공탁금과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며 “이 전 회장이 재판에 이겼다고 해서 돈을 돌려주면 결국 1심 재판부를 속인 셈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에스디에스 주식 헐값발행 사건은 대법원의 파기 환송 결정으로 오는 29일 항소심이 다시 열린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이건희 전 회장 변제 및 세금납부 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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