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검사장급 13자리 한달여 이상 ‘구멍’
새 총장 후보 옷벗은 검찰출신 발탁 가능성
새 총장 후보 옷벗은 검찰출신 발탁 가능성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기점으로 검찰에 불어닥친 ‘인사 폭풍’이 뜻밖에도 길어질 것 같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서울중앙지검장)는 15일 법무부에 사직서를 냈다. 이에 따라 검찰총장직과 고검장급 아홉 자리, 검사장급 세 자리 등 검사장 이상 13개 자리가 새 총장 취임 때까지 상당 기간 비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 창설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전날 저녁 천 후보자의 사퇴 소식을 들은 검찰은 이날 충격 속에서 사실상 비상 운영 체제를 가동했다. 대검찰청에서 열린 아침보고회의는, 전날 문성우 전 차장의 퇴임으로 총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 한명관 기획조정부장이 주재했다. 이 회의는 원래 검찰총장·차장·중앙수사부장·공안부장·기획조정부장·대변인이 두루 참석하는데, 이날 회의에는 총·차장과 중수부장 등 3명이 빠져 썰렁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대검은 이어 예정에 없던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비상 상황’에 따른 업무 지침을 내리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검찰에선 “당장 중요한 수사 현안이 없기 때문에 조직 운영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새 총장 후보자의 내정과 국회 인사청문회, 그 이후에 있을 연쇄적인 인사 등을 고려하면 최소한 한달 이상 검찰 조직 전체가 안정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달 21일 천 후보자가 지명된 뒤부터 주요 업무 진행은 사실상 중단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당장 수사 핵심부서인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핵심 수사부서도 일부를 제외하고 사실상 일손을 놓은 상태로 알려졌다. 수뇌부의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 많아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고, 인사를 앞두고 있어 새로운 수사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천 후보자를 중심으로 윤곽을 잡아놓은 검찰 인사안도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주요 보직 인사는 천 후보자의 사법시험 기수와 나이, 지역을 고려해 안배가 이뤄졌다. 그러나 새 총장 후보자가 천 후보자보다 윗기수에서 결정된다면, 일부 고검장-검사장 승진 대상자 및 주요 보직 예정자들이 연쇄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검찰 조직 안정을 위해 법무부 장관이 고검장급 인사를 먼저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조직을 통솔하게 될 사람은 새 총장이라는 점에서 최소한 새 후보자가 내정된 뒤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새 총장 후보로는, 얼마 전 옷을 벗은 사법시험 20~22회 출신들이 우선 거론된다. 사시 20회에선 권재진(56) 전 서울고검장, 21회에선 문성우(53) 전 대검 차장, 22회에선 이귀남(58) 전 법무부 차관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천 후보자와의 ‘경쟁’에서 배제됐기 때문에, 올해 초나 지난해에 옷을 벗은 고검장급 인사들 가운데서 후보자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시 19회 출신 중에선 대검 중수부장 등을 거친 박상길(56) 전 부산고검장이, 사시 20회에서는 김태현(54) 전 법무연수원장 등이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선 이번 청문회 후폭풍 때문에 재산 규모나 조직 내 신망도가 주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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