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교사” 자성…“부실검증” 비판

인사청문 준비팀 검사도
“안타깝지만 차라리 잘돼”

심사 복잡한 검찰 분위기

“검찰 조직 전체가 국민을 실망시킨 모양새가 돼서 안타깝다. 하지만 이렇게 정리돼서 홀가분하고, 차라리 잘 됐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를 맡았던 한 검사는 15일 천 후보자의 사퇴 전후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평범한 중산층이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의혹을 안고 총장이 되느니, 최대한 빨리 (사퇴를) 결정한 게 검찰 조직을 추스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검사들도 저마다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검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현장’에서 겪게 될 어려움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에 이어 검찰총장 후보자의 도덕적 결함까지 드러나면서, 검찰은 한동안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의 한 평검사는 “가뜩이나 검사의 처분에 승복하지 않는 이들이 늘어나 일하기가 힘든데, 이런 일이 생기고 나면 민원인들의 항의가 더 거세진다. 정말 일하기 힘들다”고 했다.

일선 지청장급인 한 간부도 “검사들 입장이 뭐가 되겠냐. 사명감 갖고 처신에 조심하며 사는 후배들은 속이 얼마나 상하겠냐. 정말 후배들 보기 창피하다”고 털어놨다. 다른 간부는 “천 후보자도 지명받지 않은 것만 못하게 됐고, 검찰 조직도 크고 아픈 상처를 입었다”며 “검찰 후배들이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는 데서 위안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 수뇌부가 대부분 공석일 정도로 ‘쑥대밭’이 돼버린 사상 초유의 상황과 관련해서는 청와대와 정권 핵심부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높다. 주변 관리에 무신경한 천 후보자 개인도 큰 문제지만, 인사검증을 소홀히 한 대통령과 그 참모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검찰의 분위기다. 대검의 한 부장급 검사는 “사전 검증을 충실히 했으면 조직 전체가 이렇게 망신을 당하거나 혼란에 빠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부실한 검증 탓에 검찰 전체가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리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천 후보자를 향해 이명박 대통령이 “검찰을 이끌 사람이 거짓말 하면 안된다”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언급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총장에 자격 미달인 사람을 지명한 것도, 문제가 되니까 지명을 취소한 것도 대통령”이라며 “왜 스스로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자신이 지명한 사람만 ‘두 번 죽이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석진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