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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찰이 막고 병원이 막고 또 진압당한 ‘용산 주검들’

등록 2009-07-20 19:37수정 2009-07-21 05:14

‘용산참사’ 유족과 범국민대책위 회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에서 희생자 5명의 주검이 든 관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옮기려고 영안실로 가려다 이를 막아선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그 대신 빈 관을 서울광장으로 옮겨 분향소를 차리려 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무산됐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용산참사’ 유족과 범국민대책위 회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에서 희생자 5명의 주검이 든 관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옮기려고 영안실로 가려다 이를 막아선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그 대신 빈 관을 서울광장으로 옮겨 분향소를 차리려 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무산됐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유족·범대위, 천구의식 끝내 무산
‘용산 철거민 참사’가 빚어진 지 6개월이 된 20일, 희생자 5명의 주검을 옮기는 ‘천구 의식’을 둘러싸고 경찰·병원과 유족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와 유족들이 애초 밝힌 대로 5구의 주검을 서울광장으로 옮기려 하자 경찰과 순천향대병원이 막아선 것이다.

경찰-유족들, 영안실 앞 대치

주검이 안치돼 있는 순천향대병원 안팎은 이날 아침부터 긴장감이 흘렀다. 경찰은 병원 주변에 16개 중대 1100여명의 병력을 배치했고, 장례식장 입구에서 출입객을 살폈다. 범대위는 장례식장 입구에 2.5t 크기의 천구용 냉동탑차를 대기시켜 놓았다. 차 정면과 양옆을 검은 천으로 둘러싸고 국화꽃을 꽂은 뒤, ‘근조’라고 쓰인 종이를 붙였다. 희생자 5명의 영정사진도 준비해 천구 행렬의 채비를 마쳤다.

유족과 범대위는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어, 주검과 함께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을 호소했다. 유족 전재숙씨는 “마지막 각오로 싸우겠다고 입장을 밝힌 뒤부터 오늘이 오는 게 두려웠다”며 “하루라도 빨리 장례를 치르고 싶지만 너무나 억울해 대통령의 사과 없이는 장례를 치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전씨는 “시신을 모시고 서울광장으로 가서 시민들에게 정부가 얼마나 잔인한 짓을 했는지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범대위도 성명을 내어 “유가족의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했다. 이런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책임은 유족이 나가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대통령과 정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희생자 천구의식 끝내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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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견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 시민사회 원로 30여명과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야4당 공동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참석했다. 백 소장은 “희생자들은 학살당한 우리의 이웃이며, 우리들은 역사의 부름을 받았다는 자세로 이곳에 나왔다”고 말했다.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은 “용산참사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반년이 지나도록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게 너무 죄송스럽다”고 밝혔다.


범대위는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장례식장 앞에서 경찰에 둘러싸인 채 위령제를 지냈다. 위령제는 신을 맞이하는 의식, 살풀이춤, 추모공연 등의 순서로 1시간가량 이어졌다.

“장례식장비 안주면 시신 못줘”

그러나 위령제가 끝나고 유족과 범대위 관계자들이 천구 의식을 진행하려 하자, 병원 쪽과 경찰이 강력하게 제지하고 나섰다. 유족 등은 주검을 옮기기 위해 별관 지하의 영안실로 들어가려 했으나 입구를 지키는 경찰에게 가로막혔다. 곧 유족과 경찰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유족들이 시신인도서를 받지 않았고 장례식장 비용도 내지 않았기 때문에 시신을 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유족과 범대위는 실랑이 끝에 주검 옮기기를 포기하고 미리 준비한 5개의 관에 희생자의 혼을 모시는 행사를 한 뒤, 관을 냉동탑차로 옮겼다. 하지만 냉동탑차는 경찰에 가로막혀 서울광장으로 출발하지 못했다. 유족과 범대위 관계자, 시민 300여명은 용산참사 현장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 앞으로 이동해 이날 저녁 추모제를 열었다. 위령제에 참가한 시민 두 명이 몸싸움 과정 등에서 경찰에 강제연행되기도 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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