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반대로 무산되자 명칭만 바꿔 재추진
제주도가 지난해 주민 반대로 무산된 ‘영리병원 도입’ 정책을 재추진하겠다는 방안을 두고 제주도의회가 21일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동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국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이 방안이 “의료 상업화 물꼬를 우회적으로 트려는 시도”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20일 제주도의회와 의료단체 등의 말을 종합하면, 제주도는 ‘영리병원’이란 이름이 부정적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며 ‘투자개방형 병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난 6월 ‘도민 공감대 형성’을 확인하는 뜻에서 도의회 동의를 받겠다며 이른바 ‘제도개선 핵심 과제에 대한 동의’ 안건을 도의회에 냈다.
제주도가 추진한 영리병원 도입은, 제주도가 지지 여론을 끌어내려 행정력을 총동원했는데도 지난해 7월 제주도민 여론조사에서 반대(39.9%)가 찬성(38.2%)보다 많았다. 김태환 제주지사는 특별자치도 특별법 개정안에서 영리병원 허용 내용을 뺐다가, 지난해 12월 “의료관광은 제주도가 적지”라며 태도를 바꿔 재추진해 왔다.
건강연대 등 50여 시민단체들이 모인 ‘의료민영화 저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추진위원회’는 20일 성명을 내어 “제주도에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곧바로 경제자유구역을 통해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고, 이는 건강보험의 근간을 흔들면서 의료비 폭등과 의료이용 양극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제주도의회가 동의하더라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 한의사회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투자개방형 병원은 도민들이 여론조사를 통해 반대 의사를 표현한 영리병원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며 “도민들이 반대한 사안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김 지사는 과연 누구의 지사냐”고 비판했다. 제주도 치과의사회도 영리병원 도입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주도와 도의회에 보낸 바 있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주도에서 통과되더라도 복지부의 심의 및 의결 절차가 남아 있다”며 “충분한 의견을 들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영리병원 관련 용역 연구 결과가 나오는 11월께 공청회 등을 열어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주/허호준 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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