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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중장기 고용대책 없이 단기 일자리만 쏟아내

등록 2009-07-21 07:35

희망근로 참가자들이 16일 오후 경기 시흥시 정왕동 그린테마동산 조성사업현장에서 화단을 가꾸고 있다. 시흥/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희망근로 참가자들이 16일 오후 경기 시흥시 정왕동 그린테마동산 조성사업현장에서 화단을 가꾸고 있다. 시흥/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표류하는 일자리 대책] MB 고용정책 긴급점검 ①
일자리 추경 5조원 중
단기 희망근로 지원 등 집중
중장기 고용예산 1%안돼
자영업자··비정규직들 고용 사각지대서 방치
인천 부평 ㅈ자동차 공장의 사내하청 직원이었던 박아무개(29)씨는 요즘 그냥 ‘쉬는 중’이다. 생산물량이 줄어든 지난해 11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유급휴직을 실시하던 회사는 올해 4월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신청하지 않으면 ‘무급휴직’을 하라는 소리에, 박씨는 별수 없이 회사를 그만뒀다. 서울 ㅂ병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신아무개(38)씨는 지난달 계약해지된 뒤 아직 새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고 싶은 신씨는 취업학원을 알아보는 중이다. ‘그냥 쉰다’는 박씨와 ‘취업준비중’인 신씨는 정부 공식 통계에서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이런 사람들이 6월 현재 200만명에 가깝다.

정부는 6월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에 견줘 4000명 늘었다는 통계로 고용시장에 ‘훈풍’이 돌 것을 기대하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한파’를 느끼는 이들이 많다. 6월 고용통계를 뜯어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공식 실업자 수는 96만명(실업률 3.9%)이지만 사실상 실업자나 다름없는 인구가 이보다 훨씬 많다. 직장을 구하다 아예 포기해버린 ‘실망실업자’가 36만9000명, ‘취업준비중’이라는 사람들이 59만9000명이다. 여기에 짧은 시간밖에 일하지 못해 추가 일자리를 원하는 ‘부분 실업자’가 58만3000명에 이른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이들을 모두 넣은 ‘확장 실업자’가 245만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한다. 실업률은 9.5%로 치솟는다.

고용 전문가들은 ‘희망근로’ 참여자들을 제외하면 6월에도 취업자 수가 26만3000명이나 줄어 고용사정의 악화가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한다. 정부가 올해 5조원을 웃도는 예산을 일자리 창출에 쏟아붓고 있지만 일시적으로 위기를 봉합하는 ‘땜질 처방’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진단으로도 고용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 유경준 연구위원은 “경제회복과 고용회복에 시차가 존재하는데다 고령자 취업만 늘리고 있는 정부 대책으로는 정상적인 고용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국민들이 느끼는 경기회복 체감 효과도 훨씬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도 “우리 경제가 상반기에 재정투입과 환율효과 등에 의존했기 때문에 하반기엔 고용과 내수가 받쳐줘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기미가 안 보인다”며 “일자리 수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만성적인 고용여건 악화 요인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의 일자리 대책은 단기에 효과가 끝나는 ‘생계지원용’이다. 정부가 올해 만드는 일자리 가운데 희망근로(25만개) 등 정부 스스로 ‘단기 일자리’로 부르는 것만 54만9000개에 이른다. 김원득 총리실 교육·노동정책관은 “다른 나라에선 국민들에게 용돈을 나눠주기도 했다”며 “(희망근로 등은) 소비 진작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일자리 대책의 또다른 문제는 고용시장의 실질적인 소외계층을 겨냥하지 못하는 데 있다. 단기 일자리 수혜자의 절반 이상(53.5%)은 65살 이상 노인들이다.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등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은행은 중진국 이상에선 후진국형 공공근로보다 사회안전망 강화를 통한 시스템적 접근이 고용위기 대처에 더 효과적이라고 권고한다. 올해 일자리 대책을 위한 추경예산이 4조9000억원이 넘지만, 이 가운데 ‘고용촉진’ 관련 예산 비중은 1%도 안 된다.

근본적으로는 고용 문제를 시장에만 맡기려는 정부 인식이 위기를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진호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고용 없는 성장’으로 민간에만 일자리 문제를 맡겨 놓아선 안 된다”며 “취업 유발 효과가 높은 공공부문과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오히려 ‘공공부문 효율화’라는 명분 아래 공공기관 인력 약 10% 감축을 밀어붙이고 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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