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바돌로뮤씨
‘재개발 반대’ 승소하자 추진위쪽 항소·협박·시위
“그냥 내 집에서 살고 싶다는데 왜 이렇게 괴롭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6가 한옥에서 사는 피터 바돌로뮤(61)와 이 지역 재개발 반대 주민들의 고난이 끝나지 않고 있다. 재개발로 삶터를 잃을 위기에서 어렵사리 1심 재판에서 승소해 한숨을 돌렸지만, 이번에는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들이 항소한데다 집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위협’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4일 서울행정법원은 동소문동6가 동선3 주택재개발 정비구역에 대해 “이 구역의 노후·불량률은 58.8%로 정비 기준인 60% 이상에 미치지 못한다”며 이 지역에 대한 재개발구역 지정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이 나온 뒤 서울시는 “2심에서 승소 확률이 낮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항소를 포기했다. 그러나 이번 재판에서 피고 보조참가인이었던 재개발조합 설립추진위원회는 1심 판결에 불복해 6월19일 항소했다. 한경록(51) 재개발조합추진위 총무는 “지난번 노후·불량률 계산 때 빠진 몇 세대를 포함하면 노후·불량률이 60%를 넘어 2심에서는 승소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재개발 찬성 주민들인 조합 추진위 사람들은 항소장을 낸 뒤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집 앞에 수시로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재개발 반대 주민 이병구(72)씨는 “추진위 관계자 30여명이 내 집 앞에 모여 막말을 하고 인신공격성 구호를 외치는 등 집에서 살 수 없게 한다”며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모두 이 동네에서 내쫓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바돌로뮤도 “내가 재판에서 승소한 뒤 추진위 쪽에서 여러 건의 소송을 걸어왔다”며 “내 집 앞에서 자주 시위까지 벌이니 생활도 불편하고 안전에 위협을 느낀다”고 힘들어했다. 주민 이병하(67)씨는 “다세대 건물에서 세를 받아 그럭저럭 생활하는데, 재개발하면 돈을 더 내야 하고 세도 놓을 수 없다”며 “주민 다수가 반대하는 재개발에 동의하라고 협박하니 정말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개발조합추진위의 한 총무는 “2심에서 승소하면 다수 주민들의 의견이 재개발 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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