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차 원심 깨 “신고한 행진방식과 다르지만 무죄”
삼보일배 행진이 사전에 신고되지 않은 행진 방법이라고 해서 도로교통법 위반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남아무개(58)씨 등 7명에게 벌금 20만원씩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남씨 등은 2005년 5월 전국건설운송노조 덤프연대가 개최한 집회에 참석한 뒤 애초 신고된 두 차로를 따라 삼보일배 행진을 벌였다. 원심은 “경찰에 집회 신고를 할 때 차도 통행 방법으로 삼보일배 행진을 신고하지 않았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도로 행진 자체가 예정돼 있었고 △다소 느리긴 하지만 폭력성은 없었고 △경찰이 행진을 막기 전까지 어떤 폭력성도 나타나지 않은 점을 들어, “신고된 방식이 아니더라도 삼보일배 행진은 표현의 자유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다”며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이 사건에서 다섯번째 선고다. 당시 덤프연대 주최 집회에는 울산 플랜트노조원들이 참석했는데, 경찰과 검찰은 미신고 집회에 해당한다며 남씨 등에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1·2심은 “애초 신고한 집회와 실제 개최된 집회는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삼보일배 역시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며 벌금 50만원씩을 선고한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집회 주최자 주도 아래 진행되는 과정에서 애초 신고한 목적·장소·방법 등에서 현저히 일탈하는 행위에 이르러도 미신고 집회로 볼 수 없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에 파기환송심은 미신고 집회 부분에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삼보일배 부분에는 다시 유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이번에 거듭 원심을 깬 것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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