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등 6개법 ‘양벌규정 위헌’
행정법규 상당수 개정 필요
행정법규 상당수 개정 필요
헌법재판소는 30일 청소년보호법, 도로법, 건설산업기본법, 의료법,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 의료기사법 등에 규정된 양벌규정이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양벌규정은 종업원 등이 범죄행위를 했을 때 고용주까지 처벌하는 규정으로, 헌재는 2007년 보건범죄특별법의 양벌규정에 대해 첫 위헌 결정을 내려 사실상 모든 법률의 양벌규정이 위헌이라는 점을 밝힌 바 있다.
헌재는 이날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사람뿐 아니라 그를 고용한 사람까지 모두 처벌하는 의료법의 양벌규정에 대해 재판관 8 대 1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의료법의 양벌규정은 종업원이 법 위반 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법인에 어떤 잘못이 있는지를 전혀 묻지 않고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책임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청소년보호법 등 나머지 5건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 관계자는 “2007년 양벌규정에 대한 위헌 결정 이후 영업주의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규정을 두는 것으로 양벌규정이 개정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 양벌규정이 개별 행정법규에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행정형벌 합리화 방안’을 마련해 양벌규정 개정작업에 들어갔다. 이 방안은 392개 법률을 개정해 관리·감독 의무를 다한 기업주나 법인은 처벌을 면제해주고, 기업주의 과실이 있더라도 기존에 부과하던 징역형은 없애기로 했다. 이에 따라 177개 법률에 ‘고의 과실이 없는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이 신설됐고, 나머지는 국회에 계류중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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