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총장후보 ‘부적절한 처신’ 입길
여성계 “충격…실망”
여성계 “충격…실망”
김준규(54) 검찰총장 후보자가 대전고검장 시절인 지난 4월 ‘2009 미스코리아 대전·충남 선발대회’의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사실이 드러나 여성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김 후보자는 업무일인 4월27일(월요일)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에서 열린 예심 심사에 참석하느라 집무실을 비워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도 함께 받고 있다.
김 후보자는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검장이 미스코리아 심사를 하는 것에 대해 고민했지만, 대전시장이 요청을 해 왔고 ‘나쁜 일은 아니지 않으냐’는 판단으로 참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심사위원 중에 내가 연장자여서 위원장을 맡게 됐고, 엄격한 심사를 통해 뒷말 없이 대회를 치렀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또 “대회가 끝난 뒤 입상자들이 검찰청에 인사를 와서 10분 정도 덕담을 했다”며 “나중에 선발자 부모가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했으나 적절하지 않아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총장 청문회 준비팀은 “주최 쪽인 <한국일보> 대전지사가 대전시장의 추천으로 위촉한 것인데, 관내 언론사의 요청에 따른 기관장의 활동이기 때문에 업무상 문제가 없는 활동”이라고 밝혔다. 청문회 준비팀은 또 “대회에 잡음이 많아 주최 쪽에서 법조인인 고검장과 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차관급 공직자가 평일 일과시간에 자리를 비운 채 미인대회 심사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해 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미스코리아 대회는 ‘성을 상품화한다’는 이유로 여성단체들의 비판을 받고 있는 행사다. 또 미스코리아 대회는 자치단체의 행사가 아니라 사기업이 주관하는 행사인데다, 행정기관의 수장이 대회의 심사를 맡은 전례도 없다고 한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방송 중계도 하지 않을 만큼 사회적으로 공익성이 없다고 합의된 행사에 고위 공직자가 심사위원장으로 참석했다는 것 자체가 김 후보자의 자질과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충격적이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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