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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납골당, 가까이하기에 너무먼 ‘법’

등록 2009-07-31 19:40

헌재, 학교근처 설치금지 5대4 합헌 결정
“무덤·시신 기피하는 정서 아직 안바뀌어”
학교 근처에 납골당을 짓지 못하게 한 학교보건법은 합헌이라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했다. ‘시신과 무덤을 기피하는 전통적 정서’가 ‘삶과 죽음에 대한 사색’이 가져오는 교육 효과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재는 31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유지재단과 노원구청 사이의 납골당 공사 중단 청구소송 중에 제기된 위헌심판 사건에서 학교 반경 200m 안에 납골시설 설치를 금지한 학교보건법 조항에 대해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 공릉2동 태릉성당은 2005년 지하에 3200여위의 유골을 안치할 납골당을 짓겠다고 신고했지만 노원구청이 허가해주지 않았다. 이에 천주교 서울재단은 행정소송을 내 1·2·3심에서 모두 이겼지만, 소송 도중 국회는 학교위생정화구역 내 금지시설에 납골시설을 추가하도록 학교보건법을 고쳤다. 구청이 이를 근거로 다시 납골당 설치를 불허하자 성당은 거듭 소송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종교시설의 납골당은 종교의 자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학교 근처라도 허용돼야 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번에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납골시설은 화장장과 달리 보건·위생이나 학습 환경에 해를 끼친다고 인정할 자료는 없다”면서도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시신이나 무덤을 기피했고 무덤을 주거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산에 설치했다. 화장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납골시설을 두려워하는 정서까지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납골시설 기피 풍토가 과학적 합리성이 없더라도 학생들의 정서 발달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공현·김종대·송두환 재판관은 이에 맞서 “납골시설이 삶과 죽음에 대해 사색할 수 있는 문화적 휴식 공간이 될지, 죽음에 대한 공포로 가득한 유해 시설이 될지는 가치관에 달렸다”며 “납골당은 삶과 죽음, 사후세계와 삶의 다양성에 대해 사색하게 만들어 입시경쟁에 내몰린 학생들의 문화적, 철학적 성장을 위한 유익한 교육시설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또 “일본과 유럽은 도심에 납골시설을 설치해 일상의 휴식과 영원의 휴식이 교차하는 문화를 창조했다. 장묘문화의 변화를 위해 사회의 가치관도 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목영준 재판관은 “납골당 설치를 금지한 학교의 범위에서 대학교는 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태릉성당과 주변 주민들은 납골당 설치 문제를 놓고 4년간 갈등을 겪어왔다. 일부 주민들은 2007년 납골당 축성식에 참석한 정진석 추기경의 차에 달걀을 던지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며 항의하기도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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