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앞줄 오른쪽)이 지난 31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1관에서 열린 제5대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 취임식에서 박찬법 새 회장(앞줄 왼쪽)에게 사기를 넘겨준 뒤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금호 ‘형제의난’ 2라운드]
“불법 이사회 소집뒤 의안에 없던 해임안 처리”
박삼구 쪽 “동생도 인수 찬성…해임의결 적법”
“불법 이사회 소집뒤 의안에 없던 해임안 처리”
박삼구 쪽 “동생도 인수 찬성…해임의결 적법”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3일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에 대한 반격에 나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금호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박 전 회장은 자신을 금호석화 대표이사에서 해임한 것은 불법이고, 그룹 위기는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한 박 명예회장의 책임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맞서 박 명예회장 쪽은 적법성을 강조하면서, 박 전 회장도 대우건설 인수에 찬성했었다고 맞받아쳤다. 금호의 ‘형제의 난’이 법적 공방과 이전투구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룹 위기 해결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그룹위기 책임공방 박 전 회장은 금호석화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이번 사태와 그룹 위기의 근본 책임이 형에게 있음을 분명히했다. 그룹 위기는 박 명예회장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한 데서 비롯됐고, 자신은 처음부터 반대했다고 강조했다. 박 전 회장은 형제 공동경영의 원칙을 깨뜨린 것도 자신이 아니고, 오히려 경영권을 독단적으로 행사한 형 쪽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회장은 금호석화 지분 추가취득에 대해서는 “그룹 위기 파급을 차단하기 위해 금호석화의 경영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박 전 회장은 또 박 명예회장이 그룹 회장에서 물러났지만 실권이 없는 박찬법 부회장을 앞에 내세우고 5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완전 퇴진을 요구했다.
박 명예회장 쪽은 반격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달 31일 박찬법 신임 회장이 “법적 분쟁 가능성은 제로(0)”라고 단언한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박 전 회장이 그룹 위기의 책임을 형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난하며 재반격에 나섰다. 그룹 간부는 “2006년 11월 금호석화 이사회에서 대우건설 인수 건을 의결할 때 8명의 이사 중에서 박 명예회장은 불참하고 박 회장 등 6명이 참석했는데 전원 찬성이었다”며 “박 회장이 그해 7월 신입사원 캔미팅에서도 대우건설 인수를 자축하는 건배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 또다른 불법 시비 박 전 회장은 금호석화의 대표이사 해임에 대해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그는 “불법으로 이사회를 소집한 뒤, 의안을 주요 경영현안이라고 통보했다가, 해임안을 기습상정했다”며 “투표용지에 이사 이름을 적도록 함으로써 회장 지위를 이용해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명예회장 부자의 금호석화 주식 매입에 대해서도 배임 의혹을 제기했다. 형의 아들인 박세창 상무가 금호석화 주식 매입 자금 마련을 위해 금호렌터카와 금호개발상사에 금호산업 주식 340억원어치를 팔았는데, 경영 사정이 안 좋은 계열사들이 무슨 이유로 주식을 샀느냐는 것이다. 그는 또 형이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통한 불법 지원도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그룹 쪽은 “이사회 의결은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다”며 “기명으로 투표하는 것은 정관에 나와 있고, 박 전 회장도 이사회에 2시간여 동안 참석해 자신의 입장을 소명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이사회에 참석한 한 인사는 “의안에는 ‘주요 경영 현안’이라고만 써 있었다”고 박 전 회장 쪽의 말을 뒷받침했다. 그룹 쪽은 또 박 상무의 주식 매입과 관련해 “지주회사인 금호산업 주식을 시장에 팔면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고, 주가 하락으로 주주들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고 해명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정관상 회의 소집 2일 전에 통지해야 하는 이사회를 갑자기 소집하고 의안을 애매하게 표현했다면, 대표이사 해임은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증권회사의 한 연구원은 “형제가 힘을 합쳐 그룹 회생의 키를 쥔 정부와 산업은행에 매달려도 시원찮은데, 내분이 일어났으니 사태 해결이 더 어려워지지 않겠느냐”고 말끝을 흐렸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황예랑 황상철 기자 yrcomm@hani.co.kr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정관상 회의 소집 2일 전에 통지해야 하는 이사회를 갑자기 소집하고 의안을 애매하게 표현했다면, 대표이사 해임은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증권회사의 한 연구원은 “형제가 힘을 합쳐 그룹 회생의 키를 쥔 정부와 산업은행에 매달려도 시원찮은데, 내분이 일어났으니 사태 해결이 더 어려워지지 않겠느냐”고 말끝을 흐렸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황예랑 황상철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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