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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재개발에 쫓겨나는 영세 교회들

등록 2009-08-05 20:39수정 2009-08-05 22:35

‘ㅈ교회’라는 철제간판이 걸린 컨테이너 안에는 단상과 스피커, 의자 20개 등이 비좁게 늘어서 있다.
‘ㅈ교회’라는 철제간판이 걸린 컨테이너 안에는 단상과 스피커, 의자 20개 등이 비좁게 늘어서 있다.
보상비 적어 집값상승 감당 못해…컨테이너 전전·파산 신청도
경기 김포시 감정동 387번지. 주변이 논밭인 이곳에 컨테이너 한 대가 자리하고 있다. 6평짜리 컨테이너 안에는 단상과 스피커, 의자 20개 등이 비좁게 늘어서 있다. 컨테이너 옆의 ‘ㅈ교회’라는 철제간판이 여기가 교회임을 말해준다.

이 교회 주임목사인 배아무개(53)씨는 재개발로 쫓겨난 ‘철거민’ 신세다. 9년 전인 2000년, 그는 김포 시내에 50평 규모의 사무실을 빌려 작은 교회를 열었다. 2003년 김포·한강새도시 계획이 발표됐을 때, 배 목사는 교회를 좋은 곳으로 옮겨 확장할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이주비용으로 받은 돈은 2300만원에 불과했고, 부동산값도 많이 올라 같은 크기의 공간을 임대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했다. 주민 이주가 시작되자 신도들도 한두 명씩 떠났다. 배 목사는 “한때 신도가 200여명까지 있었지만, 지금은 세 가족만 남았다”며 “빚이 쌓여 결국 지난해 파산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전국적인 ‘뉴타운 광풍’에 교회 등 종교시설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철거 대상 지역에 건물을 갖고 있는 교회들은 시가보다 낮은 보상비를 받았고, ‘임대 교회’는 이주비용을 적게 받아 변변한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

김포시 ㅇ교회도 2001년 3층짜리 교회 건물을 지었다가 재개발로 건물이 철거되자, 지난해 30여평 크기의 임대 교회로 옮겼다. 이 교회의 김아무개(61) 목사는 “보상금으로 5억원을 받았으나, 새도시에 같은 크기의 건물을 구하려면 15억원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 지역 교회 20여곳은 한국토지공사를 상대로 몇 년 동안 싸워 새도시에 종교 부지로 1만여평의 땅을 배정받았지만, 평당 땅값이 700만~800만원이나 돼 사실상 입주하기 불가능하다. ‘그림의 떡’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 개신교 단체들은 정부의 뉴타운 정책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개발제도개혁전국행동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사근 장로는 “새도시 일대 60여개 교회는 쫓겨나고 그나마 남아서 싸운 20여개 교회도 돈이 없어 재입주를 못하고 있다”며 “결국 새로 생기는 종교 부지는 돈 있는 대형교회 차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들이 재개발에 유독 몸살을 앓는 것은 영세한 개척교회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탓도 크다. 이들 중엔 대형교회와 달리 지역에 뿌리를 둔 ‘작은 교회’도 있지만, 신학대 졸업자가 한해 수천명씩 나오면서 무리하게 교회를 세우는 일이 늘었기 때문이다. 신도가 없는데도 개발이익을 노려 ‘알박기’ 형태로 재개발 지역에 들어가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교회개혁연대 집행위원인 방인성 목사는 “영세 교회가 경쟁적으로 생기는 현상에는 일정한 장단점이 있다”며 “대형마트가 지역 자영업자의 상권을 잠식하는 것처럼, 재개발 과정에서 대형교회가 영세 교회들을 쫓아낸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김포/글·사진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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