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불법유통 차단 입법목적 정당” 합헌
도난 또는 유실된 문화재를 합법적 방식으로 취득했더라도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재보호법 조항은 헌법에 부합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문화재 선의취득 규정의 적용을 배제한 문화재보호법이 재산권과 직업 수행의 자유,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문화재 매매업자 김아무개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로 합헌 결정을 했다고 7일 밝혔다.
헌재는 “국제화, 전문화하는 문화재 절도, 밀거래, 도굴 등의 범죄에 대응해 불법 유통되는 문화재의 수요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헌재는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 매매업자에게 엄격한 자격요건과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어, 매매업자가 거래 대상이 되는 문화재의 도난 여부와 출처 등을 문화재청 등에서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합헌 이유를 설명했다.
헌법소원 대상이 된 문화재보호법 조항은 도난·도굴 문화재의 유통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2007년 신설됐다. 중요 지정문화재나 도난 또는 유실 사실이 공고된 문화재, 출처를 알 수 있는 부분이 인위적으로 훼손된 문화재를 매매할 때는 선의취득 규정이 적용되지 않도록 했다. 민법은 ‘물건을 넘긴 사람이 정당한 소유자가 아니어도 양수자가 잘못이 없다면 그 소유권을 인정한다’는 선의취득 규정을 두고 있다.
문화재보호법 개정은 백양사 탱화 소유권 다툼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백양사는 2006년 12년 전 도난당한 <아미타영산회상도>(1775년 제작)를 ㅎ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반환을 요구했지만, ㅎ박물관은 “1995년 서울 인사동 고미술상에서 1억2천만원에 합법적으로 구입했다”며 선의취득 주장으로 맞섰다. 백양사는 검찰 고발과 기자회견까지 하고 나서야 탱화를 돌려받았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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