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가족, 숨진아들 대신하다 내쫓고…뒤늦게 만난 친가족도 사망신고
‘존재확인’ 소송 나서
‘존재확인’ 소송 나서
친가와 양가에서 이중으로 사망신고된 30대 장애인이 소송을 통해 ‘존재 확인’에 나섰다. 실종 가족을 사망신고했다가 나중에 살아있는 게 확인되는 사례는 가끔 있지만, 한 사람이 두 차례나 사망자로 신고되는 유례는 찾기 어려워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정신지체 2급인 성아무개(34)씨의 친아버지는 1977년 아들을 광주광역시 버스터미널에 버렸다. 경찰에 발견된 성씨는 입양알선기관을 통해 전남 고흥의 손아무개씨에게 입양됐다. 양아버지는 마침 그 무렵 숨진 막내아들의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있던 터라 그 아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성씨에게 그대로 물려줬다.
그런데, 몇해 전 양아버지 손씨가 숨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손씨 형제들은 자신들의 동생은 숨진 지 오래됐다며, 성씨가 쓰던 이름의 동생에 대해 뒤늦게 사망신고를 했다. 그 사이 성씨의 친가에서도 사망신고를 했다. 이렇게 해서 성씨는 어느 쪽에도 존재하지 않는 유령 같은 삶 속으로 빠지게 된 것이다.
아들을 찾으려고 뛰어다닌 성씨의 친어머니 박아무개(57)씨는 2005년 천신만고 끝에 인천의 한 공장에서 성씨를 찾아냈다. 발견될 당시 성씨는 중노동과 학대에 지친 모습이었다. 박씨는 “장애까지 있는 아이를 초등학교도 마치게 하지 않고 노예처럼 부려먹었다”며 “그쪽 집안에 문제가 생기자 아이를 죽이려 들고, 팔아넘기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숨진 양아버지 손씨는 실제로 2005년 성씨를 살인교사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30여년 만에 다시 만났지만, 유령과 다를 바 없는 성씨의 처지는 모자에게 또다른 고통을 안겨줬다. 주민등록이 없기 때문에 장애수당과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도 없었다.
결국 성씨와 어머니는 전주지법에 친아버지를 상대로 친생자관계 확인 청구소송을 냈고, 지난 5일에는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 이 소송의 재판부는 “친부와 양부 가운데 어느 쪽을 원고로 삼을지, 사망신고를 바로잡는 데 친생자관계 확인 소송을 거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 볼 문제”라며 널리 법리적 판단을 구하는 글을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리기도 했다. 전주지법은 고민 끝에 친자 확인 소송이 아닌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을 통해 성씨를 친가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리라고 박씨에게 권유한 상태다.
성씨의 친어머니 박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아들이 아프다고 하면 병원에 가 내 이름으로 약을 받아다 먹이는 형편”이라며 “아들이 이름을 되찾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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