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체장애 입으면 더 오랫동안 고통”
사고로 피해를 입은 어린이에게 어른보다 많은 위자료를 줘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일률적이던 위자료 기준을 달리한 이번 판결이 앞으로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으로 정착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6단독 이옥형 판사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3년간 치료를 받다 2007년 숨진 김아무개(당시 6)양의 가족이 가해자 쪽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7800여만원을 추가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양의 사망에 대해 위자료 1억3500만원을 책정한 뒤 보험사가 앞서 지급한 손해배상금과 치료비 등을 상계해 배상액을 정했다. 법원은 그동안 사망사고 위자료로 6천만원을 책정해왔다. 여기에 차도로 넘어선 김양의 과실비율 20%를 적용하면 이번 사건 위자료는 4800만원으로 산정할 수 있었지만, 재판부는 이보다 181% 많은 액수를 산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어른이 되면 벌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입(일실수입) 산정에서 어린이들이 입는 불이익을 보완하려고 위자료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민법의 손해산정 기준은 직업이 있는 성인은 현재의 직업 소득을 기준으로 삼지만, 어린이는 도시 일용직 노동자 평균(2009년 기준 월 146만원)을 기준으로 한다.
재판부는 “어린이의 직업 적성과 소질, 가능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소한의 수입을 기준으로 손해를 산정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어린이들을 어른보다 불리하게 취급하지 않아야 하므로 불합리한 일실수입 산정법을 위자료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어린이들이 신체장애를 입으면 어른보다 더 오랜 기간 동안 고통을 받게 되며, 아동기에 누릴 수 있는 가족관계, 친구관계 등 즐거움을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손해의 정도가 어른보다 크다”고 밝혔다. 보험사가 항소를 포기해 이 사건은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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