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도움을 주겠다’는 다소 막연한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더라도 뇌물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유흥주점 사장에게 편의를 봐주겠다며 돈을 요구한 혐의(알선 뇌물 요구)로 기소된 세무공무원 최아무개(45)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최씨는 2007년 서울의 한 유흥주점 사장에게 “세금이나 영업허가 등에 문제가 생기면 담당 공무원에게 부탁해 도움을 줄 테니 1000만원을 달라”고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최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알선 수뢰죄가 성립하려면 알선할 사항이나 뇌물 수수의 명목이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돈을 주고받았다면 죄를 물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알선 뇌물 요구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뇌물을 요구할 당시 반드시 상대방에게 알선에 의해 해결해야 할 현안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 최씨의 뇌물 요구 명목은 명백히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의 알선에 관련된 것”이라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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