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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두 발로 워드 1급 ‘250타 희망가’

등록 2009-08-19 18:39수정 2009-08-19 20:32

문성영(21·지체장애 1급·전주시 효자동)씨
문성영(21·지체장애 1급·전주시 효자동)씨
문성영씨, 12년 전 ‘감전사고’ 두팔 잃어
가족 보살핌에 용기…“운전면허 도전”
“인간은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대처할 능력이 있습니다. 못한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못해요. 뜻을 품고 도전하면 안 되는 일이 없습니다. 사지가 멀쩡한 사람이 힘들다고 자살을 선택하는 소식을 접하면 안타깝습니다.”

12년 전 감전사고로 두 팔을 잃은 문성영(21·사진·지체장애 1급·전주시 효자동)씨는 광복절인 지난 15일 생애 첫 자격증을 땄다. 두 발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워드프로세서 1급 자격증을 획득한 것이다. 그는 이제 자판이 발가락에 달라 붙는 느낌이 들 정도로 분당 타수가 250타나 된다. 팔꿈치 아래로 15㎝ 가량 남은 오른팔로 마우스를 움직인다.

원래 장애인이 아니었던 문씨는 초등학교 3학년인 1997년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갑작스런 비를 피하기 위해 상가 옥상에 들어간 것까지만 기억이 난다. 그곳은 하필 변전실이었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두 팔을 잘라야 하는 상황이었다.

1년 반 동안 병원에 입원했다. 삶을 포기하고 싶은 충동으로 침대 밑에다 몰래 수면제를 모았다. 그러나 할머니가 용돈을 주신다며 침대 밑에 돈을 밀어 넣다가 수면제를 발견해 수포로 돌아갔다. 아예 집을 나와 연락을 끊고 지낸 일도 여러 차례다.

자포자기 심정의 그가 다시 설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사랑이었다. 공무원인 어머니 소관순(52)씨는 사고로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아들을 지키는 대신 식품기술사 자격증을 얻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절망에 빠진 아들에게 희망을 가르치기 위해 어머니는 자신 스스로 도전하는 삶을 보였던 것이다. 은행원인 아버지 문귀태(52)씨는 병원에서 출퇴근 하며 자식의 간호를 맡았다. 1살 위인 작은 누나는 밖에서 ‘병신’ 소리를 들으면 상처를 받을까봐 집안에서 늘 “병신”이라 부르는 악역을 해줬다. 결국 이런 가족의 배려는 소외감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됐다. 종교의 힘도 버팀목이었다. 가족 5명이 조그만 전주 알곡교회를 다닌다. 한일장신대 신학과 3학년인 그는 목사의 꿈을 가지고 있다. 자신과 함께 목회활동을 할 수 있는 좋은 배우자도 얻고 싶다.

“다음에는 운전면허증에 도전할 예정입니다. 오른팔에 의수를 끼우면 운전이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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