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답변서 제출 의도적 지연?
20일로 예정됐던 언론관련법 강행처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사건 첫 평의가 무산됐다. 헌재가 피청구인인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야권의 심판 청구 취지에 대응하는 답변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지만, 한 달이 다 되도록 답변서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헌재 관계자는 이날 “한쪽 당사자인 국회의장의 답변서가 오지 않아, 연구팀이 검토보고서를 작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공개변론 일정과 변론 횟수 등을 정하기 위한 평의도 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헌재는 지난달 23일 야 4당 의원 93명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자, 이튿날 김 의장에게 ‘늦어도 30일 안에 답변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헌법재판소법은 답변서 제출 기한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헌재는 관례적으로 한 달 정도 시간을 준다. 헌재는 답변서를 내지 않으면 공개변론 준비가 안 됐다고 볼 수 있어 변론 기일을 통지하기 어렵다는 태도다.
그러나 김 의장은 지난 12일에야 대리인을 선임하는 등 느릿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헌재 안팎에서는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헌재는 법무부에도 이번 사건에 대한 의견을 물었지만, 법무부 역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장 쪽은 “기한 안에 답변서를 제출하겠다. 대리인이 답변서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김치중·김수교 변호사 등 법무법인 ‘바른’ 소속 변호사 7명을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바른’은 이명박 정부 들어 소속 변호사가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비서관이 되고, 이 대통령의 송사를 맡는 등 여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헌재 쪽은 “국회가 헌재를 존중하고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방송법 시행일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조속한 사건 처리를 위해 곧 답변서를 제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 평의 날짜는 27일이다. 헌재는 답변서 제출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다음달 10일로 예상되는 첫 공개변론 일정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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