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홍업(45·이엠시플랜 대표)씨 , 김윤식(17·대전 중앙고 1)군
‘쓰레기 줍기 대장정’ 김홍업씨 부자
대전~보령 130여㎞ 5일간 도보여행
미뤄둔 일정 실행 ‘DJ 서거 추모’ 의미
대전~보령 130여㎞ 5일간 도보여행
미뤄둔 일정 실행 ‘DJ 서거 추모’ 의미
“더워서 힘들어요. 그래도 아빠와 같이 다녀서 좋아요.”
21일 오후 충남 부여군 구룡면사무소 앞 길, 쓰레기를 가득 담은 손수레를 끌고 가던 김윤식(17·오른쪽·대전 중앙고 1)군은 아버지 홍업(45·왼쪽·이엠시플랜 대표)를 바라보며 부끄럼 많은 웃음을 지었다.
이들 부자는 19일 대전을 출발해 5일 동안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까지 130여㎞를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도보여행을 하는 중이다. 부자는 지난 6월말 여름방학 때 도보 여행을 함께 하기로 정한 뒤, 이왕 걷는 거 좋은 일도 같이 하자고 의기투합해 쓰레기를 줍기로 했다.
홍업씨는 “아이가 수줍음을 많이 타는데 제가 바빠서 대화도 자주 못해서 이번에 도보여행을 하기로 한 것”이라며 “서로 일정이 빠듯하고 폭우와 폭염이 계속돼 애초 10일 출발하려다 차일피일 미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다 지난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한평생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혼신을 다한 분의 삶을 추모하고 깨끗한 나라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뤄둔 여행길에 나서게 된 것이다. 서둘러 손수레를 사고 ‘쓰레기 투척! 양심을 버리지 마세요’라고 쓴 작은 펼침막도 달았다.
이들의 계획은 하루에 35㎞씩 국장일인 23일까지 도로를 따라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것이다. 지난 19일 달아오른 아스팔트길을 따라 논산까지 걸으며 100리터 짜리 봉투 8개 분량의 쓰레기를 주웠다. 20일에도 비를 맞으며 부여 구룡면까지 쓰레기를 가득 채운 손수레를 끌었다.
“농약병이나 농업용 비닐이 많을 줄 알았는데 빈 음료수병과 비닐봉지에 담긴 쓰레기가 많아요.”
윤식군은 “달리는 차에서 버린 쓰레기들이 길 곳곳에 널렸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별거 아닌 줄 알았는데 하루 35㎞를 걷는 일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친구들이 왜 ‘미쳤냐’고 말했는지 알 것 같다”면서도 “며칠 학원 공부는 못하지만 존경하는 아빠와 함께 땀흘리며 걷고 생각을 나누는 게 소중하다”고 자랑했다.
“서민으로서 이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거죠. 저희의 땀을 김 전 대통령 가시는 길에 선물하고 싶습니다.” 부자는 다시 손수레를 끌고 밀며 보령으로 향했다. 부여/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서민으로서 이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거죠. 저희의 땀을 김 전 대통령 가시는 길에 선물하고 싶습니다.” 부자는 다시 손수레를 끌고 밀며 보령으로 향했다. 부여/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