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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신채호 6년 복역하다 옥사’ 뤼순감옥을 가다

등록 2009-08-21 19:45수정 2009-08-22 02:49

중국 랴오닝성 다롄의 뤼순감옥에 붙은 단재 신채호 선생에 대한 영문 안내문. “선차이하오는 ‘노스 코리안’(북한인)으로서 유명한 역사학자이자 문학가”라고 소개하고 있다. 선차이하오는 신채호의 중국어 발음이다.
중국 랴오닝성 다롄의 뤼순감옥에 붙은 단재 신채호 선생에 대한 영문 안내문. “선차이하오는 ‘노스 코리안’(북한인)으로서 유명한 역사학자이자 문학가”라고 소개하고 있다. 선차이하오는 신채호의 중국어 발음이다.
단재 감방 앞엔 ‘북한인’ 표기 등 잘못된 안내문만 덩그러니 …
“선차이하오는 북한인으로서 1923년 ‘북한혁명선언’을 쓴 유명한 역사학자이자 문학가이다.”

20일 오후 중국 랴오닝성 다롄의 뤼순감옥. 단재 신채호(1880~1936) 선생이 옥사한 감방 앞에 서니 선생을 ‘노스 코리안’(North Korean)이라고 소개하는 영어 안내판이 보인다. 선생의 이름도 중국어 발음을 따서 ‘선차이하오’(Shen Caihao)라고 써놓았다. 선생이 쓴 ‘조선혁명선언’은 ‘북한혁명선언’으로 번역돼 있다.

선생이 ‘417번’이라는 죄수번호를 달고 6년 동안 갇혀 있던 감방에 붙은 이 안내판은 중국어로도 써 있지만, 어디에도 그가 한국인이라는 설명은 없다. 선생은 ‘조선 충청도 사람’으로서 저명한 역사학자이자 문학가라고 소개하고, 행적을 적어놓았을 뿐이다. 소개글 밑에는 ‘조선혁명선언’의 일부를 한자로 옮겨놓았다.

뤼순감옥은 안중근 의사(1879~1910)가 1909년 10월26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체포돼 다음해 3월26일 순국할 때까지 수감됐던 역사의 현장이다. 안 의사는 일본제국주의의 핵심을 암살한 ‘국사범’으로 몰려 간수부장이 직접 지켜보는 독방에 갇혀 살았다. 올해는 하얼빈 의거 100주년이 되는 해다.

그러나 안 의사가 순국하고 26년 뒤 역시 이곳에서 옥사한 신채호 선생의 흔적은 정확한 안내문 하나 없이 방치돼 있다. 선생은 무장항일투쟁을 주도하다 1928년 대만 지룽에서 체포돼 1930년 10년형을 선고받고 이곳에서 복역하다 1936년 2월11일 옥사했다. 충청북도 청원군 낭성면 귀래리에는 선생의 사당과 묘지가 있다.

선생에 대한 잘못된 소개는 안 의사 안내문의 친절함과 대조적이다. 안 의사가 갇혀 있던 독방에는 중국어는 물론,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로 된 안내판이 붙어 있다. 영어 안내문은 안 의사의 이름을 한국어 발음대로 ‘중근안’(Jung-Gun Ahn)으로 표기하고, ‘코리아의 애국지사 안중근이 갇혀 있던 곳’이란 제목을 달았다. 그가 태어난 곳을 황해도로 쓰고, 지금의 ‘노스 코리아’라고 설명까지 해놓았다.

뤼순감옥은 중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항일유적지 가운데 하나다. 중국의 많은 항일애국지사들도 이곳에서 일본제국주의의 모진 고초를 겪다 숨졌다. 감옥 곳곳엔 그들이 조국의 독립을 꿈꾸며 남긴 한시가 전시돼 있다. 중국 정부는 2005년 이곳을 애국주의교육 시범기지로 지정하고,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뤼순감옥을 소개하는 중국인 안내원들은 안 의사의 독방 앞에선 어김없이 걸음을 멈추고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한 안내원은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안중근은 일본제국주의의 중심 인물을 저격한 한국인 항일투쟁가”라고 소개하며, 그가 숨졌을 때 나이가 겨우 32살이었음을 강조했다. 설명을 듣던 중국인들은 안 의사의 의거에 탄복한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20여m 떨어진 선생의 감방은 어둡고 쓸쓸해보였다. 중국인 안내원들도 아무런 설명없이 무심히 감방을 지나쳤다.

뤼순/글·사진 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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