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은행보다 ‘기업 책임’ 방점
다른 사건 판결에 영향 미칠 듯
다른 사건 판결에 영향 미칠 듯
서울고법에 계류된 키코 상품 관련 가처분사건의 첫 결정에서 ‘수출기업이라면 환율 변동에 따른 상품 가입의 위험성이 예견 가능했을 것’이라며 은행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판단이 나왔다. 설명 의무 위반이라는 쟁점에 대해 은행 쪽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기준을 적용한 이번 결정은 1·2심 법원이 심리 중인 다른 사건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민사40부(재판장 이성보)는 화인케미칼 등이 신한은행 등을 상대로 낸 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사건 항고심에서 1심과 같이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외환 거래가 잦은 수출기업인 신청인 업체들은 환율이 일정 수준의 변동폭을 벗어나면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한 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며 “키코 상품을 계약한 기업들이 당시 위험을 예견할 수 있었으며, 계약 내용도 합리성을 결여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에이원어패럴 등이 은행을 상대로 낸 가처분사건에서 지난 4월 “은행들은 위험성이 높은 파생금융상품을 판매할 때에는 잠재된 위험성을 명시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며 은행의 설명 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 효력정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은행들이 위험 발생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고 설명했다며 이렇게 판단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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