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 자백 증거능력 없어” 판결
이미 기소된 피고인에게서 다른 사람의 혐의에 대한 진술을 받을 때에도 진술거부권(미란다 원칙)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다면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박아무개(36)씨의 상고심에서 전자우편 파일과 플로피디스크, 유인물 형태로 이적표현물을 취득·소지한 혐의에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동료들과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행사와 토론을 하고 이적표현물을 주고받았다는 혐의에 대한 무죄 선고도 확정했다.
검찰은 박씨가 지니고 있던 압수수색물을 문제삼아 그를 기소하면서, 2006년 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아무개씨한테서 받은 진술을 토대로 주체사상 학습·전파 조직을 꾸려 활동했다는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박씨 쪽은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진술거부권을 알리지 않고 작성한 최씨의 조서는 증거로 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에 “진술조서 작성 당시 최씨는 피의자가 아닌 피고인 신분이었으며, 공범들의 범죄사실을 입증하려는 것이었기 때문에 진술거부권을 고지할 필요가 없었다”고 맞섰다.
항소심은 압수 자료와 관련한 이적표현물 소지·취득 혐의에는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최씨와 연루된 반국가단체 찬양과 이적표현물 소지·취득 혐의에는 “피고인의 기소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그와 관련된 범죄에 관해 신문한다면 진술거부권이 보장돼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고 작성한 조서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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