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중간간부급 309명 인사

노 전대통령·정연주 수사검사 ‘영전’
김준규 검찰총장 개혁 의지 의문
서울중앙지검 2차장 오세인·3차장 김주현

법무부는 25일 서울중앙지검 2차장에 오세인(44·사법시험 28회) 대검찰청 공안기획관, 3차장에 김주현(48·28회) 법무부 대변인을 임명하는 등 검찰 중간간부 309명에 대한 인사를 31일자로 했다. 이번 인사는 검찰 개혁에 대한 전방위적 요구를 받고 있는 김준규 검찰총장의 취임 이후 첫 인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지만, 기존 수사 관행에 대한 반성이나 개혁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 사건을 맡은 검사들의 영전성 인사가 되풀이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의 주임검사였던 우병우(42·29회) 대검찰청 중앙수사1과장이 ‘총장의 오른팔’이라는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에 임명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과 법무부에서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우 과장은 검찰총장 인사청문준비팀에서도 직책을 맡은 바 있다. 지난 11일 발표된 고위간부 인사에서는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한 홍만표 전 대검 수사기획관이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최근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을 기소했던 박은석(46·30회) 법무연수원 교수(당시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장)도 요직인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으로 발령났다. 전임 부장이 “처벌할 수 없다”며 수뇌부와 마찰을 빚다 옷을 벗은 ‘피디수첩’ 사건을 넘겨받아 제작진을 기소한 전현준(44·30회)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은 선호 보직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으로, 조선·중앙·동아일보 광고주 불매운동 관련자들을 기소한 노승권(44·31회)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은 특수통 검사들이 선망하는 대검 중수1과장에 임명됐다.

사정라인 핵심 보직에 대한 ‘파격 인사’도 눈에 띈다. 특수수사 경험이 거의 없는 김주현 법무부 대변인이 서울중앙지검의 특별수사 라인을 총괄하는 3차장에 임명됐고, 기획 쪽에서 주로 일한 이창재(44·29회)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대검 수사기획관으로 발탁됐다. 법무부는 “최근 논란이 된 검찰 수사 관행을 새로운 시각에서 점검·개선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기 위해 특별수사 분야의 새 인물을 발굴해 핵심 보직에 앉혔다”고 설명했지만, 무리한 수사와 기소로 비판을 받은 검사들이 잇따라 영전함으로써 그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

이 밖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연루된 비비케이(BBK) 사건을 수사한 김기동(45·31회)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이 임명됐다. 법무부 대변인에는 이명박 정부 첫 청와대 민정2비서관을 지낸 김강욱(51·29회) 서울중앙지검 금조1부장이, 대검 공안기획관에는 공안수사 경험이 많지 않은 봉욱(44·29회) 여주지청장이 각각 발탁됐다.

한편 조희진(47·29회) 서울고검 검사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지청 차장검사(고양지청)가 됐다.

김남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