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검찰총장이 학연·지연으로 묶이는 검찰 문화의 폐해를 고치기 위해 검찰 데이터베이스에서 출신지와 출신고교를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지난 20일 취임사에서도 학연·지연 문화를 없애겠다며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김 총장은 27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번 검찰 인사는 능력과 인품을 기준으로 했지 학연·지연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며 “다른 사람들도 나같이 생각하라는 취지에서 대검 자료에서 학연·지연 관련 내용을 모두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법률신문>이 펴내는 ‘법조인대관’과 인터넷 포털 인물정보에서도 관련 항목을 삭제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검사와 일반직이 뚜렷이 나뉘는 검찰의 계층구조와 문화를 깨기 위해 우수한 일반직 직원을 로스쿨에 보내 검사로 임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복잡한 보고 체계를 단순화하고 집무실의 소파를 없앴다며, ‘격식 파괴’를 화두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제기된 수사관행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이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과 공안부장 등 사법시험 31회 동기 10여명에게 난상토론을 지시했다. 29일 열리는 제2차 토론회에는 김 총장도 참여한다.
새 총장이 풀어놓은 갖가지 개혁 과제와 방향을 두고 검찰 안팎에선 ‘아이디어맨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가 낸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고, 본질적인 체질 개선과는 거리가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대검 자료에서 출신지와 출신고교를 삭제하겠다지만, 검찰 인사를 담당하는 법무부 자료에는 그대로 남아 있다. 법률신문사는 “2009년판의 조판작업이 거의 끝났다”며 김 총장의 구상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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