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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시 쓰고 연 날리며 망치질

등록 2009-09-03 18:39

김종원(59)씨
김종원(59)씨
대우조선 김종원씨 ‘1인 3역’
전통연 만들기 기능 보유자, 시인, 조선소 노동자. 김종원(59·사진)씨는 20년 넘게 ‘1인3역’ 인생을 살아왔다.

지난 1982년 대우조선해양 거제 조선소에 입사한 김씨는 다른 작업자들이 높은 곳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작업대를 설치하는 작업을 27년째 맡아왔다. 돋보이진 않아도, 동료들의 안전을 위해 길을 내야하는 조심스런 작업이다.

7~8m 높이의 선박 블록 위에서 일하는 틈틈이, 그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때 떠올린 시상들은 한 편의 시로 태어났다. 그는 2004년 <현대 시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이다. 2006년엔 계간지 <창조문학> 신인상을 수상했고, 올해 안에 180여편의 시를 모아 시집도 낼 예정이다. ‘발 뻗고 잠들기가 부끄러운 날이 있었다/ 숟가락 들기가 미안한 날이 많았다/ 술잔을 기울이기가 죄스런 날이 많았다.’(자작시 <이순(耳順)> 부분) 87년 거제를 뜨겁게 달궜던 노동자대투쟁을 떠올리며 적어내려간 시다. 3일 김씨는 “내 시는 살아온 날들에 대한 회한을 담은 반성문”이라고 말했다.

하늘과 맞닿은 곳에서 일하던 그는 연과도 가까워졌다. 그는 퇴근 후 시간을 쪼개 경남 통영에서 연 만들기 계승자에게 사사를 받아, 27년째 전통연을 만들어오고 있다. 김씨는 “연에 살대를 붙일 때 각도가 0.01도만 벗어나도 무게중심을 맞출 수 없다”며 “100% 수작업으로 집중력과 섬세함을 요구하는 선박 건조 작업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퇴임 뒤엔 어린이들을 위한 연날리기 강좌 등 전통연 맥 잇기에 힘쓸 계획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사진 대우조선해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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