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적보다 사회통념따라 구분
호적과는 달리 사회통념상 여자로 평가되는 성전환자를 성폭행하면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0일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바꾼 이를 성폭행한 혐의(주거침입 강간) 등으로 기소된 신아무개(29)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신씨는 지난해 8월 박아무개(59)씨 집에 침입해 박씨를 성폭행하고 10만원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호적에 남자로 돼 있지만 1974년 이후 몇 차례 성전환수술을 받고, 30여년간 ‘여성 무용수’로 활동하며 남자와 동거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여성으로서의 생식기능이 없지만, 여성으로서의 신체와 외관을 갖췄을 뿐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성적 정체성이 확고하다”며 “사회통념상 여성으로 평가되는 박씨는 강간죄 규정의 보호 대상인 부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앞서 부산지법도 신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대법원은 1996년에는 성전환자를 성폭행한 이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당시 대법원은 “성염색체의 구성이나 본래의 성기 구조, 정상적 남자로서 생활한 기간, 성전환수술 경위, 수술 뒤에도 여성으로서의 생식능력은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성폭행 피해를 당하기 3년 전에 성전환수술을 한 피해자를 ‘부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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