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장관님, 여기 계시면 어떻게…”
천 “용산참사 해결방안 찾아달라”
김 “수사기록 직접 살펴보겠다”
몇시간 뒤 “공개는 필요없다”
천 “용산참사 해결방안 찾아달라”
김 “수사기록 직접 살펴보겠다”
몇시간 뒤 “공개는 필요없다”
“장관님이 여기 계시면 어떻게 합니까?” “취임을 축하합니다.”
11일 오전 9시5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정문 앞. 출근길 관용차에서 내린 김준규 검찰총장이 웃으며 인사하자 1인시위를 하던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덕담을 건네고 악수를 했다. 천 전 장관이 든 팻말엔 “진실 없이 정의 없다. 왜 법원의 명령을 따르지 않습니까? 김준규 총장, 용산 참사 수사기록 당장 공개하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두 사람의 웃음은, “수사기록을 왜 공개하지 않느냐”는 유족들의 고함 소리에 이내 가시었다. 천 전 장관은 “김 총장이 직접 수사기록을 보고 해결 방안을 찾아 달라”고 요청했고, 김 총장은 “기록을 다시 보겠다”고 답한 뒤 유족들의 항의를 뒤로한 채 청사로 들어갔다.
김 전 총장은 출근길에 천 전 장관이 1인시위를 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는 ‘지난날의 상관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며 차에서 내렸다고 한다. 천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있던 2005~06년, 김 총장은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장관의 검찰개혁 방안을 실행하며 한솥밥을 먹었다. 그런 인연으로 천 전 장관은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전날인 지난달 16일 “내가 아는 김준규는 ‘쿨한 검사’로, 검찰총장으로 적격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용산 참사 수사기록도 공개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글을 누리집에 올리기도 했다.
천 전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총장으로서 고충이 있겠지만 수사기록 공개만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근한 김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에 문제가 되고 있는 미공개 기록 3000쪽을 가져오라고 해서 직접 검토했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김 총장은 이날 오후 조은석 대검 대변인을 통해 “기록을 다 봤는데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를 위해 추가 제출이 필요한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며 “검찰의 판단에 이의가 있으면 재정신청을 할 수 있으니, 그 절차를 따르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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