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 / 작곡가
북한이 기증한 흉상…정부, 석달 넘게 반입 불허
북한이 통영시에 기증한 세계적인 작곡가 고 윤이상(사진)의 흉상반입을 정부가 뚜렷한 이유 없이 석달 넘게 불허하고 있다. 이 흉상은 윤이상의 고향인 통영시 생가 터에 올해 완공되는 윤이상기념관에 전시될 예정이지만, 현재는 속절없이 인천항 물류 창고에 갇혀있는 신세다.
통영시는 그동안 여러 차례 고인의 흉상을 제작·전시했으나, 고인의 모습과 다르다는 지적에 모두 철거했다. 대신 남쪽의 윤이상평화재단을 통해 평양 윤이상음악연구소가 소장한 정확도 높은 고인의 흉상을 복제·기증해 줄 것을 지난해 말 북쪽에 요청했다.
윤이상평화재단 쪽은 지난 4월말께 이 흉상을 개성공단을 통해 건네받으려다 통관 절차가 복잡해 포기하고, 배편으로 인천항을 통해 인수하기로 했다. 윤이상평화재단 쪽은 지난 6월4일 인천항에 도착한 흉상의 반입 신청을 통일부에 냈으나, 통일부는 지금껏 반입 승인을 보류하고 있다. 이 재단의 신계륜 이사는 14일 “통일부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지금 같은 정세에 승인하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한국이 낳은 세계적 작곡가를 남과 북이 함께 기념하는 일도 허용하지 못하는 정부 태도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안에서도 흉상 반입을 막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관계부처간 조율 과정에서 묵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계륜 이사는 “윤이상평화재단이 매년 9월 말께 참여해온 평양 윤이상음악회 참관에 대한 정부의 승인 여부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며 “정부의 태도가 고인의 사상과 업적에 대한 일부의 오해에 근거를 둔 것이라면 음악과 문화, 남북교류에 관한 저급한 인식 수준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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