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디수첩에 소송 원고 패소
공익적인 목적으로 범죄 혐의를 보도할 때는 관련자의 실명을 공개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문화방송> ‘피디수첩’이 자신의 횡령 의혹 등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실명을 화면에 내보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이아무개(58)씨가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피디수첩은 2001년 7월 한센병 환자 정착촌의 상조회 이사장이었던 이씨가 상조회 자금 수억원을 횡령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하며, 주민들이 이씨의 이름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하는 장면과 이씨의 이름이 실린 서류를 화면에 내보냈다. 이에 이씨는 피디수첩을 상대로 손해배상금 1억원을 청구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범죄의 사회적 대책 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대중매체의 범죄사건 보도는 일반적으로 공공성이 인정되며 사생활과 관련된 사항도 공개할 수 있다”는 판례를 들어, “관련자 3명이 자살을 기도하는 등 사회·경제적 파장이 컸던 이 사건 보도의 공공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씨가 프로그램 방영 직전 구속됐고 일부 혐의의 유죄가 확정된 점 등을 거론하며 “이씨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실명을 방영했지만, 피디수첩 보도는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그 내용이 진실하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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