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철도 통행량 예측 부풀려져 적자 ‘허우적’
정부·지자체 사업손실 보전액 8년간 7배 늘어
정부·지자체 사업손실 보전액 8년간 7배 늘어
부자감세 정책과 4대강 사업 등으로 나라 살림이 빠듯한 형편인데도 민자도로와 철도의 적자를 메우느라 낭비되는 국민 세금이 해마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겨레>가 국토해양부와 서울시·경기도·부산시 등 전국 16개 광역지자체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서 확보한 자료를 보면, 정부와 각 지자체는 민자사업자한테 ‘최소운영수입 보장금’이란 이름으로 2001년 652억7000만원, 2005년 1479억4000만원, 2007년 3262억원, 2008년 4340억원을 대줬으며, 이렇게 8년간 들어간 금액은 모두 1조5896억원에 이르렀다. 연간 보장금 규모는 2005년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불어나고 있는 추세다.
최소운영수입 보장금이란, 민자사업자가 국가 등을 대신해 건설한 도로·철도·항만·다리 등 사회기반시설(SOC)의 실제 통행량이 예측치의 일정 기준(80~90%)에 못미칠 때 그 차액을 메워주는 돈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통행량 예측치가 부풀려졌고, 이에 따라 민자사업이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사업별로는 인천공항고속도로가 2001년부터 8년 동안 무려 6269억원을 지급받아 가장 많았으며, 코레일이 최근 인수 계획을 밝힌 인천국제공항철도(2706억원)가 그 뒤를 이었다. 천안~논산 고속도로(2446억원), 대구~부산 고속도로(1146억원)가 각각 3, 4위를 기록했다.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민자사업을 이대로 방치하다간 정부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해에만 ‘용인~서울 고속도로’, ‘서울~춘천 고속도로’ 등 정부가 손실 보전을 해줘야 하는 도로가 잇따라 개통됐고, 개통 예정인 도로도 많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2004년 감사보고서에서 “앞으로 30년 동안 14조원 정도 지출이 예상된다”고 밝혔지만, 경실련 등에서는 “그 이후 추진된 사업도 많아 실제 부담액은 그보다 더 클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정부와 다른 지자체들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민자사업자와 협상을 벌여 예산 낭비를 줄인 사례도 있어 주목된다. 서울시는 용마터널(2013년 완공)과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2014년 완공) 등의 민자사업에서 애초 80%로 정해졌던 최소운영수입 보장 기준을 아예 없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제3기관의 객관적 통행량 예측치를 근거로 민자사업자들을 끈질기게 설득했다”며 “그 때문에 용마터널 협상은 무려 5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길윤형 김민경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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