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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넋이라도 오소서, 고국품으로…

등록 2005-05-29 20:08수정 2005-05-29 20:08

일본인 오오타 시즈오씨가 오키나와현에서 숨진 한국인 강제징용자들의 넋을 담은 ‘영혼의 돌’ 항아리를 28일 오전 경북 영천시 은해사 지장전 제단에 올리고 있다.
일본인 오오타 시즈오씨가 오키나와현에서 숨진 한국인 강제징용자들의 넋을 담은 ‘영혼의 돌’ 항아리를 28일 오전 경북 영천시 은해사 지장전 제단에 올리고 있다.

오키나와 일제징용자 대구서 진혼제 올려

“천황의 군대에 끌려와 남자들은 노예로, 여자들은 성 노리개로 취급받다 억울하게 숨진 영혼들에게 빕니다. 제발 용서해주세요. 당신들을 안고 고국 땅으로 가겠습니다. 당신들이 옛날 눈물 흘리며 건너온 현해탄을 제가 당신들의 넋을 안고 건너가겠습니다.”

28일 오전 11시 경북 영천시 은해사(주지 법타스님)에서는 오키나와 일제강제동원희생자 진혼제 및 ‘영혼의 돌’ 안치식이 열렸다.

오오타 시즈오(57) 과장(오키나와현 이시가키시 교육위)이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 직접 지어 부르는 일본식 진혼가 가락이 구슬프게 퍼져나갔다. 진혼가를 끝낸 그는 희생자들의 넋을 담은 영혼의 돌이 놓인 제단에 절하다 끝내 눈물을 흘렸다.

영혼의 돌은 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은 사람의 유골을 찾지 못할 때 영혼을 돌에 담아 수습하는 오키나와의 전통 풍습이다. 오오타는 오키나와현 곳곳에서 숨진 조선인들의 넋을 담은 돌을 안고 재일동포 작가 강신자(44)씨 및 시미즈 유키코 번역가와 함께 27일 대구를 찾았다.

일본 오키나와현 이시가키시 교육위원회 문화과장으로 일하는 오오타가 한국인 징용자 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여년 전부터다. 오키나와 지역의 전쟁사에 대해 조사하다 징용자들과 위안부의 참상을 알고는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이들에 대한 조사작업을 벌여왔다. 희생된 한국인의 넋을 기리기 위해 위령비 건립을 시에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1998년 손수 위령비를 만들어 자신의 집 뜰에 세우고 공양해 왔다. 그는 “당시 위령비 주변에 조선민족의 꽃인 무궁화를 심고 한국의 금강경 테이프를 틀어 놓았더니 나비들이 날아와 위령비 위에서 춤을 추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영혼의 돌을 가져오기 전에 자신의 집 뜰에 있는 위령비 앞에서 진혼제를 지냈다. 그는 “죽은 자들의 영혼을 그들의 고향에 모시는 것은 일본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피해서는 안 되는 한 걸음”이라며 “일본 정부는 돈으로 과거사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잘못한 게 없다고 주장하는 우익 인사들을 한국인 유골 수습작업에 참여시켜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치식에 참석한 최봉태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은 “현재 일본 정부와 유골반환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제는 민간인이 아닌 일본 정부가 직접 나서서 억울하게 숨져간 이들의 유골을 발굴하고 반환하는 작업을 벌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일제 강제징용자 이무갑씨와 심재언씨, 일본군 강제위안부 출신의 심달연, 김순악씨, 그리고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 및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대구/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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