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 신랄한 질책
징역 2년6월·추징금 3억 선고
징역 2년6월·추징금 3억 선고
‘세종증권 매각 비리’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67)씨가 항소심에서 1심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그 대신 노씨는 인격 모독에 가까운 훈계를 들어야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조병현)는 23일 정대근(65·수감중) 전 농협중앙회장에게서 세종증권 매각 청탁을 해준 대가로 정화삼(62)씨 형제와 함께 29억여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로 구속 기소된 노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3억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는 징역 4년에 추징금 5억70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조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노씨를 향해 “이 사건은 세종캐피탈의 노회한 상술과 탐욕의 악취가 심하게 진동해 수사에 착수한 권력형 비리”라며 죄질이 안 좋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부장판사는 “평범한 세무공무원이었던 노씨는 동생의 대통령 당선 뒤 로열패밀리가 됐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도덕적 의무)에는 애초 관심이 없었다. 선거 과정에 개입하는 등 봉하대군의 역할을 즐겨왔다”며 노씨의 처신을 질타했다. 또 “김형진 세종캐피탈 회장을 찾아가 ‘내 돈 내놓으라’고 호통을 치기도 해, 공범자 가운데 가장 무거운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조 부장판사는 특히 “1심 선고 뒤 ‘내가 키웠다’고 자랑하던 동생이 자살했고, 이제는 해가 떨어지면 동네 어귀에서 술을 마시며 신세 한탄을 하는 초라한 시골 늙은이의 외양을 하고 있다”며 “동생을 죽게 만든 못난 형으로 전락한 노씨를 감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노씨는 선고공판 내내 고개를 숙인 채 꾸지람을 들었다.
재판부는 정씨에게는 원심대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추징금 5억6000여만원, 그의 동생 정광용(54)씨에게는 징역 2년에 추징금 13억2700여만원을 선고했다. 노씨 등은 2006년 농협중앙회가 세종증권을 인수하게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세종캐피탈 쪽에서 29억63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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