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선언뒤 새로 붙인 ‘상봉 차수’ 못마땅?
26일 시작돼 10월1일까지 열리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공식 명칭은 ‘2009 추석 계기 남북이산가족 상봉’이다. 2년 전에 열린 직전 상봉행사(2007년 10월17~22일)는 ‘제16차 이산가족 상봉’으로 불렸다. 차수를 넣자면 ‘17차 상봉’으로 부르는 게 자연스럽지만, 정부는 차수를 뺐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26~28일 열린 남북적십자회담에도 차수를 붙이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 적십자회담과 이산상봉을 계기로 앞으로 이어지는 후속 회담과 상봉은 2차, 3차로 새로 차수를 매겨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차수를 뺀 것은 이전 정부와 차별화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27일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만큼 새롭게 시작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과 적십자 회담이 6·15 공동선언을 기점으로 차수를 붙여온 것을 못마땅해 하는 정권 핵심부의 기류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대중 정부는 2000년 6·15 선언 채택 이후 그해 6월27일과 8월15일 각각 열린 적십자회담과 이산가족방문단 교환을 ‘제1차’로 규정했다. 이산가족 상봉은 1985년에, 적십자회담은 1972년에 처음 열렸지만, 이산가족 상봉 등을 규정한 6·15 선언의 의미를 새겨 새롭게 차수를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그에 따른 차수를 이어가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손원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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