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종합병원 특진비 수입 및 과징금 부과액 내역
3년새 3300억 챙겨…과징금 30억 ‘솜방망이 처벌’
일반검진도 특진 둔갑…공정위, 집단분쟁소송 나서
일반검진도 특진 둔갑…공정위, 집단분쟁소송 나서
국내 대형 종합병원 8곳이 환자들에게 특진비(선택진료비)를 수년 동안 부당하게 받아온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이들 병원에서 특진을 받은 56만여명의 환자들이 피해구제를 좀더 쉽게 받을 수 있도록 10월5일부터 소비자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밟기로 했다.
공정위는 30일 국내 대형 종합병원 8곳이 2005년 초부터 2008년 7월까지 3년 반 동안 특진비를 부당하게 받은 혐의를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30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선택진료제는 환자가 의사를 지정하는 제도로, 치료비가 일반진료에 비해 20~100% 비싸다. 적발된 병원은 서울대·삼성서울·서울아산·신촌세브란스·고대안암·수원아주대·여의도성모·가천길병원 등 국내 유수의 종합병원들이다.
조사 결과 이들 병원은 환자들이 주진료를 특진으로 신청할 경우 피검사·방사선치료 등 부수적으로 이뤄지는 지원진료까지 환자의 뜻에 상관없이 특진을 받도록 한 뒤 진료비를 25~100% 비싸게 청구했다. 일부는 주된 진료를 하는 특진 의사가 지원진료의 특진 여부까지 멋대로 결정했다. 또 의료법상 특진 자격이 없는 의사에게도 특진을 시켰다. 일부는 국외연수 중인 의사를 특진 의사로 지정한 뒤 다른 의사가 대신 진료하도록 했다. 삼성서울병원과 수원아주대병원은 진료비에 포함되는 치료재료비를 환자에게 중복 청구했다.
한철수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8개 병원이 환자들에게 3년 반 동안 (지원진료) 특진으로 벌어들인 수입이 3300억원”이라며 “피해 환자들을 위해 소비자원을 통해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집단분쟁조정은 소비자 피해가 다수에게 비슷한 유형으로 발생한 경우,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을 통해 신속하고 실질적인 금전보상이 이뤄지도록 하는 제도다. 공정위가 직접 집단분쟁절차를 개시하는 것은 처음이다.
공정위는 이들 병원에서 특진을 받은 56만여명의 환자 중 상당수는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과도하게 특진비를 부담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 한사람당 평균 지원진료 특진비는 61만원 정도다. 피해 환자들은 병원에 보관중인 진료비 영수증과 상세 내역서, 특진신청서 사본 등을 붙여서 오는 5~16일 사이 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하면 된다. 소비자원이 이를 모아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신청하면, 조정위가 30일 안에 금전적 배상을 위한 조정안을 내놓게 된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은 “전문지식이 없는 환자들의 사정을 감안해 주진료 담당 의사에게 지원진료의 특진 결정을 맡긴 것”이라며 불복 의사를 내비쳤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해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자 환자들이 주된 진료는 물론 지원진료까지 특진 여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새 양식의 특진신청서를 만들어, 지난 3월부터 병원들에 적용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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