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하면서 중복 응답을 단순 합산하는 방식으로 부풀려, ‘100만 해고 대란설’의 주요 근거로 활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원혜영 민주당 의원은 6일 노동부가 지난해 5월 종업원 100명 이상 기업체 1465곳의 인사노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내용을 공개하며, “당시 기업체의 61.3%가 (비정규직을) ‘고용 종료’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합쳐서는 안 될 3개의 개별 항목을 합산해 수치를 키운 왜곡”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당시 여론조사 항목 중 △앞으로 기간제 근로자(비정규직)가 하던 업무를 도급 또는 파견업무로 전환할 계획이 있다(16.4%)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기간제 근로자와 근로계약 갱신을 하지 않고 다른 기간제 근로자로 대체할 계획이 있다(26.4%) △2008년 한 해 동안 기간제 근로자가 하는 업무를 자동화 또는 기존 정규직 업무로 전환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감축할 계획이 있다(18.3%)의 수치를 모두 더해 ‘(비정규직의) 고용 종료’가 61.3%라고 발표했다. 또 같은 해 10월 조사 사업장을 197개로 줄여 똑같은 항목으로 조사한 뒤 ‘고용 종료’가 85.7%라고 공개했다. 당시 조사는 모든 항목에 응답을 하도록 했다.
노동부는 비정규직법 유예(여당)와 즉시 법 시행 뒤 예산지원(야당)으로 여야가 맞서던 지난 6월과 7월 이런 ‘고용 종료’ 수치 등을 근거로 해고대란설을 부추기며 법 시행 유예를 주장했다.
그러나 원 의원은 “세 개 항목을 더한 노동부의 ‘고용 종료’ 수치에는 한 기업체의 응답이 이중, 삼중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이를 합하면 수치가 풍선처럼 부풀려진다”고 말했다. 한 개 항목만 답하고, 다른 두 개 항목은 응답하지 않게 했다면 세 개 항목을 단순 합산해도 되지만, 이번 조사는 중복 응답이기 때문에 단순 합산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 ‘고용 종료’로 합산한 항목 중 하나인 ‘기간제 근로자가 하는 업무를 자동화 또는 기존 정규직 업무로 전환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감축할 계획이 있다’는 것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물음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어 ‘고용 종료’로 묶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주일 노동부 고용차별개선정책과장은 “외주화나 교체사용은 모두 고용 종료의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에 당시 설문조사 내용에서 이를 합산했을 뿐 별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여론조사기관의 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코미디 같은 오류”라고 말했다.
송호진 이완 기자 dmzsong@hani.co.kr
송호진 이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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