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조울증 치료받아
자신의 집이 포함된 군 훈련장 확장 반대운동을 벌여오던 40대 남성이 조울증을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7일 저녁 7시50분께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오현리 남아무개(46)씨의 집 창고에서 남씨가 숨져 있는 것을 함께 사는 동생(37)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신고한 동생은 “방에서 자는 줄 알았던 형이 보이지 않아 집 여기저기를 찾다가 창고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형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동생은 “지난해 9월 무건리 군 훈련장 확장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가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풀려난 뒤 집 밖을 잘 나서지 않는 등 조울증이 심해졌다”며 “형이 외환위기로 실직한 뒤 일정한 일자리를 얻지 못했으며, 7년 전부터 최근까지 신경정신과 병원에서 조울증으로 입원·통원 치료를 받아 왔다”고 밝혔다.
남씨의 집은 무건리 군 훈련장 확장 예정지에 포함돼 있으며, 남씨는 지난해까지 무건리 훈련장 확장 반대 주민대책위원회에 소속돼 집회나 시위에 참석해 왔다고 가족과 주민들은 전했다. 박석진 무건리공동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은 “남씨가 지난해 경찰에 연행되기 전까지는 집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발언도 하고 노래도 부르는 등 활달한 모습을 보였는데, 연행 이후 우울증이 심해져 집에서 칩거해 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7년 전부터 조울증을 앓아 온 남씨가 군 훈련장 문제로 심리적 압박을 받아 증세가 심해진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가족을 상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중이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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