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뜨거운 ‘생명권 공방’
“인간의 잉태(임신) 기준을 체외수정 단계까지 확장해야 한다.” “착상 여부가 불분명한 체외 배아는 사람과 동일한 지위를 가지지 않는다.”
불임치료를 위해 냉동 보관된 인공수정 배아도 인간으로서 권리를 가질까. 헌법재판소에서는 8일 인간 생명의 시작을 언제부터로 봐야할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2005년 3월 두 개의 배아가 청구인에 포함된 헌법소원이 청구된지 4년6개월 만이다.
남아무개씨 부부는 인공수정으로 배아 개체 3개를 얻었고, 이 가운데 하나를 부인의 몸에 착상했다. 나머지 2개는 임신에 실패할 경우 추가 착상에 이용되고, 그렇지 않으면 생명공학 연구에 쓰일 운명이었다. 남씨 부부는 “인간은 수정됐을 때부터 생명이 시작되는데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인공수정 배아를 인간이 아닌 세포군으로 규정해 생명공학 연구 도구로 취급하는 것은 생명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남씨 부부의 대리인은 “배아-태아-출생아는 연속선상에 있는 동일한 생명체로, 인간 생명을 단계별로 구분하는 것은 자의적”이라며 “선진국에선 잔여 배아를 (다른 부부가) 입양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에 쓰지 말고) 배아의 자연적 생명이 다할 때까지 보관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건복지가족부의 대리인은 “냉동 배아는 착상된 배아 및 태아와 같지 않다”고 반박했다.
배아는 난자가 정자를 받아들여 수정된 뒤 장기가 형성되는 8주까지의 상태를 말한다. 2006년 5월 기준으로 전국 불임치료기관에 냉동 보관된 배아는 9만3921개다. 청구인 쪽은 “현재는 20만개 정도의 냉동 배아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재판관들은 생명윤리와 첨단 생명공학이 얽힌 뜨거운 이슈를 두고 전문용어와의 싸움을 먼저 벌여야 했다. 이강국 소장은 “역분화줄기세포가 무슨 말인지 청구인이 첨부한 자료를 봐도 모르겠다”며 설명을 요청하기도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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