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듬더듬 점자? 소통하는 한글!
그림 접목시켜 비장애인도 배우기쉽게
촉각예술센터, 한글날 맞아 전시회
촉각예술센터, 한글날 맞아 전시회
“점자는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언어가 아닙니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소통할 수 있는 최고의 언어예요.”
8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있는 유알아트 촉각예술센터 작업실에선 김지나 소장과 2명의 작가가 점자를 그림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느라 분주했다. 한글날을 맞아 9일부터 16일까지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또 하나의 한글, 별의 문자’ 전시회를 위한 막바지 준비였다.
점자도 사실은 한글이다. 영어 점자, 일어 점자, 중국어 점자가 따로 있다. 점 여섯 개의 조합으로 문자를 표현하는 방식은 같지만, 각 점이 우리 고유의 한글 자모를 표현하니 그것 역시 한글인 것이다.
몸이 느끼는 감각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던 이들은 점자가 손으로 만져서 읽는 ‘몸의 감각 언어’라는 점에 주목하고, 시각장애인들만 쓰는 점자를 일반인들에게도 알리자는 취지로 전시회를 기획했다. 일반인들이 수화를 배우듯, 점자를 익히는 방식을 고민한 결과다.
점자의 원리는 주사위의 ‘***’과 같은 모양의 6개의 점 위치에 각각 번호를 붙여, 4번에 점이 하나면 ㄱ, 1번과 4번에 점이 찍혀 있으면 ㄴ이 되는 식이다. 1·2·6번 위치에 점(3개)이 있으면 ‘ㅏ’가 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일반인이 점자를 익히는 일을 어렵게 한다. 김 소장 등은 좀더 쉽고 재밌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점자에 그림을 접목하기로 했다. 밤하늘 위의 별(점)을 연결해 사자, 게, 전갈 같은 별자리(그림)를 그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를테면 ㄱ은 ‘기다리다’라는 동사와 연결시켜, ㄱ에 해당하는 점자를 사람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림으로 그렸다. ㄷ은 ‘달리다’와 연결시켜 말이 달리는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점으로 이뤄진 한글 자모와 그림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작업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모음의 경우 ‘ㅏ’나 ‘ㅓ’에 해당하는 그림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수십 가지 양식을 시도한 끝에 ‘ㅏ’부터 ‘ㅢ’까지 해당하는 그림을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시키는 방법을 개발했다.
촉각예술센터는 2004년 유알아트 안에서 감각문화를 복원하자는 취지로 프로젝트팀을 구성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올해 초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볼 수 있는 점자와 그림, 글이 혼합된 ‘감각그림책’을 만들었다. 이번 전시는 그림책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다.
김 소장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기호를 만들어 쓰는 것처럼 점자 역시 그렇게 쓰일 수 있다”며 “연애편지, 비밀일기에도 유용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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