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군가산점제 위헌’ 근거
1999년 위헌결정 이유
“공무원 시험 합격 여부를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1999년 헌법재판소가 군가산점제에 대해 재판관 9명 전원 일치로 위헌 판단을 한 결정적 근거는 이 한 문장에 압축돼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여대생과 남자 장애인 등 청구인들은 군가산점제가 자신들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당시 헌재는 98년에 치러진 7급·9급 공무원 채용시험 합격자 평균 점수와 합격선을 조사했다. 7급 일반행정직의 합격선은 남자가 86.42점, 여자가 85.28점으로 1.14점 차이가 났다. 헌재는 “불과 영점 몇 점 차이로 당락이 좌우되는 현실에서 과목별 만점의 3% 또는 5%의 가산점을 주는 것은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합격자 99명 가운데 군가산점을 받은 제대군인이 72명(72.7%)이나 됐다. 반면 가산점 없이 합격한 사람은 6명(6.4%)에 불과했는데, 이마저도 3명은 여성채용목표제에 의해 합격시킨 응시자였다. 헌재는 “결국 가산점의 장벽을 극복한 비제대군인은 전체 합격자 가운데 3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1.14점이라는 근소한 차이를 고려할 때 군가산점이 없었다면 합격생의 성비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었다는 얘기다.
같은 해 치러진 7급 검찰사무직 시험에서도 합격자 15명 가운데 가산점을 전혀 받지 않고 합격한 사람은 1명뿐이었다. 헌재는 “가산점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만점을 받고도 불합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당시 주심 재판관이던 정경식 변호사는 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제대군인에 대한 금전적 지원 등 다른 방식의 혜택은 고려하지 않고 ‘진입 장벽’을 만들어 놓는 것은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헌재 안팎에선 군가산점제가 새로 도입되더라도 반드시 위헌 결정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한다. 이번에 국방부는 과거 위헌 결정 때보다 낮은 ‘본인 득점의 2.5% 범위’의 가산점 안을 마련하고, 가산점에 의한 합격자 비율을 20% 이내로, 가산점 부여 횟수를 과거 무제한에서 3~6회로 제한했다. ‘차별을 통해 달성하려는 입법목적’과 ‘차별에 따른 불평등’ 사이의 간극을 누그러뜨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취업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비춰 2.5%의 가산점이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된다면 또다시 위헌 결정이 날 가능성도 있다. 한 그룹의 인사부장은 “가산점이 주어지면 커트라인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어 당락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헌재는 2001년 국가유공자 가족에게 10%의 가산점을 주도록 한 국가유공자 지원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했지만, 5년 뒤인 2006년에는 같은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했다. “공무원 시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가산점 수혜 대상자가 과거보다 대폭 늘었다”는 것이 이유다. 이 법의 해당 조항은 대상자를 세분해 5%와 10%의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김남일 이정훈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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