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 새벽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농성중인 한강대로변 재개발지역의 한 건물 옥상에서 경찰의 강제진압이 진행된 가운데 옥상에 설치한 망루에 불이 나 쓰러지고 있다. (연합뉴스)
특공대장, 용산재판서 ‘성급한 진압’ 시인
‘용산참사’ 당시 경찰특공대가 철거민들이 농성을 한 망루 안에 인화성 물질이 가득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진압을 강행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한양석) 심리로 열린 이충연(36·구속 기소) 용산철거민대책위 위원장 등 9명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박삼복 당시 경찰특공대장은 “세녹스 등 인화성 물질 60여통이 현장에 있다는 정보는 진입이 결정되면서 알게 됐지만, 그 많은 양이 모두 망루에 모아져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화물질 유증기에 의한 폭발성 화재에 대해서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현장 책임자 김수정 서울지방경찰청 차장도 “어두운 새벽이었기 때문에 망루 내부의 사정은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경찰 간부들의 이런 증언은 재판 쟁점인 ‘경찰의 과잉진압’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박씨는 ‘철거민이 망루를 건설하면 그 안에서 점거농성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인화성 물질과 발화 원인이 되는 발전기 등을 망루 안에 모아 놓는 것 아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도 “높은 곳에서 시야를 확보하려고 망루를 지었을 것으로 생각했을 뿐 점거농성을 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박씨는 이어 “작전 진행 중에도 ‘망루 안에 인화성 물질이 많이 모여 있다’는 보고를 받은 바는 없다”며 “현장 상황에 대해서는 각 제대장이 독자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작전 시작 전에 농성자들은 경찰과 빈집에 세 차례 돌과 화염병을 던진 것뿐인데, 이 정도 상황에서 경찰특공대가 출동할 요건이 되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 상황뿐이라면 요건이 되지 않지만, 현장에서 본 구체적인 위험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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