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용씨.
파워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 안치용씨
효성 사장 소유 빌라·리조트 구입 사실 공개
아직 증거 찾지 못한 유명인사 계속 추적중
효성 사장 소유 빌라·리조트 구입 사실 공개
아직 증거 찾지 못한 유명인사 계속 추적중
재벌이나 정치인, 관료 등 누구든지 미국 부동산을 은밀히 구입해 재산을 숨겨본 사람이라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 ‘파워 블로거’의 존재 자체가 무척이나 껄끄러울 것이다.
그 주인공은 ‘시크릿 오브 코리아’(http://andocu.tistory.com)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전직 언론인 안치용(42·사진)씨. 누리꾼들은 안씨가 미국 곳곳의 등기소와 관청 등에 건져올린 방대한 자료에 놀라고, 그가 고발한 국내 유력 인사들의 해외 부동산 규모에 한 번 더 놀란다.
안씨는 11일 <한겨레>와 서면 및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지난 5월부터 매일 3~4시간씩 뉴욕과 보스턴의 등기소를 뒤지고 다녔다”며 “누구든 끈질기게 찾아나서면 얻을 수 있는 공개된 자료에만 근거해 글을 썼다”고 소개했다.
안씨는 지난 6월께부터 전직 대통령 일가와 재벌들, 옛 고위관료들의 미국 부동산 보유 실태를 잇따라 폭로하고 있다. 최근에는 ㈜효성 조현준(41) 사장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호화 빌라와 샌디에이고의 고급 리조트를 구입한 사실을 공개해, 효성그룹 비자금 수사를 종결한 검찰을 궁지로 몰았다.
한국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지난 2003년부터 미국 한인 티브이방송국에서 일하던 그가 직장을 접고 본격적으로 이번 작업을 시작한 계기는 ‘취재 시간이 늘 부족했다’는 갈증 때문이다. 안씨는 “몇 년전부터 자료를 조금씩 모아두었지만,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 결국 이 일에만 전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회사를 그만둔 뒤 그는 곧바로 뉴욕 맨해튼지역의 1965년부터 올해 7월까지 40여년의 부동산 소유관계를 ‘바보처럼’ 훑었다. 안씨는 “이 작업을 해보니 전직 대통령 가족 등 적지 않은 한국인의 이름이 나왔고, 다시 이를 통해 다른 가족들의 이름을 검색하는 방법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이렇게 생긴 노하우를 통해 점차 뉴욕 외에 다른 주의 부동산 소유내역도 찾아다니게 됐고, 여기서 나온 이름을 검증하기 위해 다시 한국의 등기부등본을 조회해 주소를 맞춰보는 방식으로 최종적인 소유자를 확인해나갔다.
안씨의 이런 끈질긴 작업을 통해 예를 들면, 국내 재벌기업 회장 2명과 유명 탤런트 1명이 뉴욕 맨해튼의 한 호화 콘도의 ‘이웃사촌’이라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30년 전 실종된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의 숨겨진 재산을 찾아내는 성과도 있었다. 뉴욕 웨체스터의 대형쇼핑센터가 그의 것이라는 제보가 있었지만 그 곳의 쇼핑센터는 200곳이 넘었다. 지역 등기소를 모두 뒤져 마침내 서류창고에서 40여년 전 문서를 손에 넣었다. 김 전 부장이 망명 2년 전인 1971년에 쇼핑센터를 취득한 법인을 만들었고, 김 전 부장 부인이 법인대표로 서명한 서류를 찾은 것이다. 안씨는 “제보를 접하고 4년 만에 확인했는데, 시내 복판에 있는 쇼핑몰이 카메라에 다 잡히지 않는 큰 규모여서 허탈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부유층의 해외 재산은닉 소문이 한인사회에 있고 난 뒤 이를 실증적으로 추적해보면 소문이 사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등기소 등을 뒤지면서 해외부동산을 매입한 사람들이나 그 매입시기가 한국의 권력부침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점도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증거를 찾지 못했지만 언젠가 꼭 밝혀내야 할 국내 유명인사도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국외 부동산 구입이 본격적으로 허용된 시기는 2006년 5월이라, 안씨가 밝혀낸 부동산 대부분이 불법 취득됐을 가능성이 크다. 안씨는 “이름이 공개된 인사들 가운데 단 한 명만이 ‘이니셜로 처리해달라’고 연락해왔는데 거절했다”면서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사이트에 올린 자료 원본을 모두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누구든 자료를 보면서 새로운 해석을 할 수 있고, 다른 이의 심층취재에 단초가 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안씨는 “우리 국민들이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 부유층은 와이키키 해변에 별장이 있었다”면서 “만일 그들이 부정축재해서 산 것이라면, 공소시효가 지났더라도 우리는 건전한 상식의 잣대로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안씨는 “부유층의 해외 재산은닉 소문이 한인사회에 있고 난 뒤 이를 실증적으로 추적해보면 소문이 사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등기소 등을 뒤지면서 해외부동산을 매입한 사람들이나 그 매입시기가 한국의 권력부침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점도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증거를 찾지 못했지만 언젠가 꼭 밝혀내야 할 국내 유명인사도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국외 부동산 구입이 본격적으로 허용된 시기는 2006년 5월이라, 안씨가 밝혀낸 부동산 대부분이 불법 취득됐을 가능성이 크다. 안씨는 “이름이 공개된 인사들 가운데 단 한 명만이 ‘이니셜로 처리해달라’고 연락해왔는데 거절했다”면서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사이트에 올린 자료 원본을 모두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누구든 자료를 보면서 새로운 해석을 할 수 있고, 다른 이의 심층취재에 단초가 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안씨는 “우리 국민들이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 부유층은 와이키키 해변에 별장이 있었다”면서 “만일 그들이 부정축재해서 산 것이라면, 공소시효가 지났더라도 우리는 건전한 상식의 잣대로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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