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총장 취임뒤 ‘정보 담당자 배치’ 공문
수사지휘 받는 경찰 ‘정보력 우위’ 상실 걱정
수사지휘 받는 경찰 ‘정보력 우위’ 상실 걱정
“검찰청 안에 경찰의 정보과 같은 것이 만들어지고 있다더라.” 최근 인천 지역의 한 경찰 간부는 인천지검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쓴 입맛을 다셨다. “검·경이 수사권 조정을 두고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검찰이 정보기능까지 갖추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이 최근 범죄정보 수집 전담 인원을 확충하는 등 정보수집 기능을 강화하자, 범죄정보는 물론 ‘밑바닥’ 민심 동향까지 훑는 강력한 정보력을 자랑해 온 경찰이 뜨악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의 지휘를 받는 경찰로서는 자신들이 확실히 우위를 점하는 정보 분야까지 치고들어오는 검찰이 곱게 보일 리 없기 때문이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달 전국의 일선 검찰청에 공문을 내려보내 ‘범죄정보실 및 범죄정보반을 만들고 담당자를 지정해 현황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13일 “기존에 범죄정보실이 있던 곳은 보강하고 없는 곳은 새로 만들라는 것으로, 검사와 수사관을 전담 배치하라는 지시”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대검찰청에 범죄정보기획관실을, 서울중앙지검과 부산지검에 범죄정보과를 운영하고 있다. 범죄정보과가 없는 지검·지청은 특수부나 수사과에서 범죄정보 수집을 한다지만, 수사 인력이 업무를 겸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이 관계자는 “요즘은 경찰에서 좀처럼 양질의 범죄정보를 넘기지 않는다”며 “말단 지청까지 범죄정보 수집 인력을 보강해 자체 정보를 생산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갈등 과정에서 특수부에 배속돼 범죄정보 수집 업무를 일부 나눠맡던 파견 형사들도 대부분 복귀했다. 검찰이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해야 할 이유가 커졌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검찰총장 직속인 대검 중앙수사부의 수사 기능이 축소되자, 총장의 힘을 뒷받침하려고 정보 기능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검사 4명이 배속돼 있는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은 소속 수사관 수십명이 주요 기관·기업·단체 등을 대상으로 범죄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과 부산의 범죄정보과에도 수사관 20여명이 배속돼 있다. 4천여명에 달하는 경찰 정보 인력에는 한참 못미치는 규모다.
하지만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가진 검찰이 정보 기능까지 강화하는 것은 권력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검 관계자는 “기업 등의 범죄첩보를 수집하는 것일 뿐, 경찰처럼 공안이나 동향 정보까지 모으는 것은 아니다. 검찰 본연의 임무를 강화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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