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차량 문을 열지 않았더라도 문을 열 의도로 손잡이를 잡았다면 절도 행위를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절도미수 혐의로 기소된 방아무개(36)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야간에 승합차량 문이 잠겼는지 확인하려고 양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열려고 하던 중 경찰에게 발각된 것은 재물을 훔치려고 차량 안으로 침입하려는 행위에 착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방씨의 행동은 차량 내에 있는 재물에 대한 피해자의 지배를 침해하는 데 밀접한 상관이 있는 행위가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방씨는 지난 2월 전남 목포의 집 근처에 주차된 다른 사람의 승합차 문을 열려고 한 혐의(형법의 절도)로 기소돼 1심에서는 징역 8월형을 선고받았다.
새벽 1시50분께 노끈과 손전등을 들고 운전석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가 경찰관에게 발각된 방씨는 자신의 행위가 절도에 착수한 것은 아니라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절도 실행의 착수 시기는 재물에 대한 타인의 사실상의 지배를 침해하는 데 밀접한 행위를 시작한 때”라며 “운전석 문의 손잡이를 잡고 열려고 하던 중 경찰관에게 발각돼 멈춘 것은 차량 안의 재물에 대한 소유자의 지배를 침해하는 데 밀접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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