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48)씨
장애인미술대전 대상 ‘말하기·듣기 장애’ 박진씨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을 빼놓고는 삶을 생각할 수 없었어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던 어린 시절 유일한 친구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가 바로 붓과 물감이었으니까요.”
제19회 장애인미술대전에서 한국화·서양화·공예·조각 분야에서 대상을 수상한 박진(48·사진)씨는 3살 때 고열을 동반한 홍역으로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게 됐다. 남들과 말도 잘 통하지 않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장애에 따른 고통도 컸다. 이를 이기기 위한 그의 노력과 의지는 그림으로 승화됐다. 어려서부터 각종 미술대회에서 상을 휩쓸었고, 미대를 다니는 동안에도 4년 내내 장학생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보청기 등으로 이제는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박씨가 이번에 대상을 수상한 작품의 제목이 ‘기다림’으로 소재는 낡은 상자다. 그는 “제 구실을 다하고 버려진 낡은 상자는 마치 장애가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며 “이런 상자들이 서로 부대끼듯 쌓인 모습에서 새로운 조화를 창조해 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상의 의미에 대해 그는 “그동안 여러 이유로 게을러졌던 나를 채찍질해 주는 것 같다”며 “앞으로 어려운 여건에서도 화가의 길을 가는 장애인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대전에서 서예·문인화 분야 대상은 김교석(지체장애 1급)씨가 차지했다. 또 장애인문학상에서는 설미희(지체장애 1급)씨가 단편소설 ‘장애 콜, 신기사’로 대상을 수상했다. 미술대전 시상식은 다음달 4일 서울 인사동 서울미술관에서, 문학상 시상은 다음달 1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다.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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