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민주당의 박지원 의원(오른쪽)과 박영선 의원이 15일 오후 효성 비자금 사건 수사기록을 열람하러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나중에 따로 설명하겠다” 약속 믿고 찾아갔더니…
민주 박지원·박영선 의원 서울지검 방문 ‘허탕’
기록 대신 보고서로 ‘버티기’…언론취재도 막아
민주 박지원·박영선 의원 서울지검 방문 ‘허탕’
기록 대신 보고서로 ‘버티기’…언론취재도 막아
15일 오후 4시15분, 민주당의 박지원·박영선 의원이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다시 찾았다. 나흘 전 국정감사를 하러 왔던 곳이다. 조사받는 국회의원이 여러 번 출석한 적은 있어도, 검찰을 ‘조사’하려고 한 주에 두 차례나 검찰청사를 찾은 국회의원은 이들이 처음이다. 청사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발단은 지난 12일 국정감사 때 벌어진 효성그룹 수사자료 공개 공방이었다. 두 의원은 “검찰이 효성그룹 비리 보고서를 자세하게 작성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며 수사기록 공개를 끈질기게 요구했지만, 검찰은 “충분히 수사했고, 기록을 공개한 전례도 없다”고 맞섰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2000년 국정감사 때 당시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의 강력한 주장으로 이른바 ‘정현준 게이트’ 수사기록을 열람한 사례를 제시했고, ‘전례’가 드러나자 더는 버틸 수 없게 된 검찰이 “15일에 따로 수사 내용을 설명하겠다”고 약속하는 선에서 국감을 마쳤다.
그 뒤 검찰은 “국회로 가서 보고를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두 의원은 “부실한 자료만 가져올 우려가 있으니, 직접 검찰 청사로 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청을 다시 찾은 두 의원은 결국 이날도 수사기록을 보지는 못했다. 검찰이 두 의원을 위해 따로 작성한 ‘수사 진행 경과’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효성 비리 의혹에 대해 언론에 보도되거나 이미 알려진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박영선 의원은 “국감장에서 수사기록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강하게 항의했고, 박지원 의원은 “검찰이 그동안 효성 수사를 제대로 했다는 점을 입증하려면 최소한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대상 목록과 소환한 참고인 명단이라도 보여달라”고 검찰을 거듭 압박했다.
하지만 검찰은 준비한 보고서 외의 자료는 내놓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했다. “15일 따로 설명하겠다”던 약속이, 실은 곤경을 피하려는 ‘모면책’이었던 셈이다. 검찰은 청사 6층 지검장실 바깥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기자들의 취재까지 막는 등 과민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박영선 의원은 “앞으로 남아 있는 대검찰청, 법무부 국감 등에서 끝까지 수사기록 공개를 요청하겠다”고 강조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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