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투기 등 군사기밀 스웨덴 군수업체 제공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30년을 공군에 복무한 예비역 소장 김아무개씨는 2007년 12월 전역한 뒤 컨설팅회사를 만들고 스웨덴 군수업체 사브와 정보 수집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 김씨는 현역 시절 방위사업청 항공기 사업부장을 지내며 한국형 전투기 개발을 포함한 핵심 방위계획 등을 다룬 경험이 있는 그 분야 전문가였다.
국방대 최고경영자과정에 다니던 김씨는 지난해 7월 학교 도서관 비밀문서 자료실에 찾아가 “논문을 쓰는 데 필요하다”며 군사기밀의 열람을 부탁했다. 김씨는 기밀 열람 권한이 없었지만, 도서관 담당자는 예비역 장군인 김씨 말을 믿고 열람을 허락했다. 김씨가 열람한 자료들은 수송기나 훈련기, 헬기 및 전투 지원 물자들의 현황과 증강 계획 등이 포함된 2·3급 군사기밀 문서들로, 유출되면 전력 노출 우려가 있는 내용들이었다.
김씨는 휴대전화로 자료들을 촬영해 분석하고 이를 영문으로 정리해 사브 한국지사 대표에게 건넸다. 그해 8월에는 차세대 전투기나 한국형 헬기, 원거리 공격탄, 잠수함의 개발이나 도입 계획 등에 대한 문서를 보완해 달라는 사브 쪽의 요구에 따라 유출된 군사기밀 내용을 수정해주는 등 적극적 ‘서비스’를 하기도 했다. 올해 5월에는 항만 감시체계 관련 자료들을 수집한 뒤 아들을 시켜 파워포인트 자료로 만들어 제공했다고 한다. 검찰이 밝힌 김씨의 혐의 사실이다.
국가정보원과 국군기무사령부는 지난달 사브 한국지사와 김씨의 회사를 압수수색해 예비역 장군의 군사기밀 유출 혐의를 밝혀냈고,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진한)는 16일 김씨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김씨가 군사기밀 유출 행위로 받은 대가도 조사하고 있다. 당국은 김씨 외에도 현역 장교 등이 이번 사건에 개입돼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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