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효성회장 인척 실소유 업체 4명 영장청구
200억 사기 혐의…회사제품 특허권 장남이 갖고 있어
200억 사기 혐의…회사제품 특허권 장남이 갖고 있어
검찰이 조석래(74) 효성그룹 회장의 인척이 실소유주인 업체를 200억원대 사기 혐의로 조사하며 관련자 4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 제품의 특허권을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41) ㈜효성 사장이 가지고 있어, “효성과 관련 없다”는 검찰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효성 수사의 ‘불씨’가 살아날지 주목된다.
검찰은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대구지검 김천지청이 ㄹ전자 대표 등 4명에 대해 지난 1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업체가 국방부에 장비를 납품하면서 200억여원대의 사기를 저지른 혐의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은 “지난 3월 조 회장 처제의 남편인 주아무개씨가 실소유주로 있는 ㄹ사가 국방장비 납품과 관련해 200여억원을 편취했다며 상대 업체가 고발을 했는데 검찰이 이를 덮으려 한다는 제보가 있다”는 민주당 박영선·박지원 의원의 질의에 대한 검찰의 답변에서 드러났다.
ㄹ사는 지난해 초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마일즈(MILES·육군의 다중 통합 레이저 훈련체계) 사업 비리를 수사할 때 64억원대의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사실이 확인됐지만, 검찰은 실소유주인 주씨가 미국에 있어 소재 파악이 안 된다는 이유로 기소중지한 바 있다. 당시 ㄹ사 제품의 납품을 대행했던 업체는 효성의 미국 비자금 조성 창구로 의심받는 효성아메리카다. 또 사기사건의 대상 제품인 ㄹ사의 야간표적지시기 기술의 특허는 조 사장이 가진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박영선 의원은 “김준규 검찰총장은 ㄹ사가 효성과 관련 없다고 하는데, 정치학 전공자인 조 사장이 방위사업 특허권을 가지고 있다”며 “이 사건도 덮으려고 하다가 효성 봐주기 의혹 등이 불거지자 할 수 없이 수사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박영선 의원은 “(마일즈 사업 수사) 당시 검찰이 경찰에 나머지 혐의는 빼고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만 송치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제보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주씨의 부인이자 ㄹ사 하청업체 사장인 송아무개씨의 미국 주소지를 제시하며 “소재 파악이 안 돼 주씨를 기소중지했다는 검찰 말을 믿을 수 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김천지청에서 다시 수사를 해서 서울중앙지검에서 못 밝힌 내용을 추가로 밝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 소재지가 맞다면 (미국 사법당국과) 공조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효성 쪽은 “ㄹ사가 조석래 회장의 인척과 관련된 것은 맞지만, 효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김남일 박현철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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