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대 비리’ 흔적 잡고도
1년뒤 ‘조세법 위반’만 적용
1년뒤 ‘조세법 위반’만 적용
국방부 훈련장비 납품 회사인 로우테크놀로지(로우테크) 수사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다.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인척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이 회사에 대한 수사는 2007년 초에 시작됐으나, 2년6개월이 지난 최근에 재개됐다. 로우테크의 실소유자 주아무개씨는 조 회장의 동서이고, 이 회사가 국방부에 납품하는 장비의 특허권 가운데 일부를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이 갖고 있다.
우선 로우테크 수사 주체가 여러 차례 바뀐 것은 통상적인 사건 처리 과정과 거리가 멀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07년 초부터 이 회사가 납품하는 마일즈(MILES·다중 통합 레이저 훈련 체계) 사업과 개량형 야간표적 지시기 사업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마일즈 사업 당시 로우테크가 64억원 상당의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한 혐의를 밝혀내기는 했지만, 비자금 조성이나 야간표적 지시기 사업과 관련한 혐의를 들춰내지는 못했다.
결국 경찰은 2008년 4월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그때까지 경찰 수사를 지휘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아닌 금융조세조사2부에 사건을 배당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효성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는데도 이를 다른 부서에 배당한 것은 석연찮은 부분이다. 검찰은 “당시 밝혀진 혐의는 조세 관련 분야여서 금융조세조사2부에 배당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지난 19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검찰이 다른 혐의는 빼고 (경찰에)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만 송치하라고 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송치받고 1년이 지난 올해 4월에야 관련자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1년 동안 사건을 방치한 이유에 대해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국세청에 주씨에 대한 고발을 요청해, 이를 근거로 기소중지를 한 게 1년 동안 실행한 유일한 조처였다.
대구지검 김천지청이 이 사건을 다시 수사하게 된 것은 제보자의 고발 때문이다. 고발장을 접수한 김천지청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에서 사건기록을 넘겨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경북 구미에 있는 로우테크의) 관할 지청이 수사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200억원대의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로우테크 대표 이아무개씨 등 4명은 오는 23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다.
향후 검찰은 왜 조현준 ㈜효성 사장이 로우테크가 납품하는 장비와 관련된 특허권을 갖고 있는지 등을 포함해, 로우테크가 조성한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등을 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로우테크의 마일즈 사업과 야간표적 지시기 사업 관련 기술 개발에 각각 250억원, 300여억원의 개발비용을 대고도 관련 특허를 왜 개인들이 갖고 있는지도 밝혀내야 할 의혹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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