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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예방책 허술한 강경책은 ‘반쪽 해법’

등록 2009-10-2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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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제도는 한계…현행법 실효성 우선 강화
공소시효 배제·성교육 확대 등 종합대책 필요
‘나영이 사건’ 뒤 자고 일어나면 또다른 대책이 나와 있을 정도로 어린이 대상 성범죄에 대한 강경책이 쏟아지지만, 치밀한 분석과 효과적 예방책에 대한 고민이 없이는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큰 사건 때마다 나온 대책들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지금 시행중인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성범죄의 특성상 드러나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기 때문에 발각된 범죄를 엄벌하는 것만으로는 ‘반쪽 처방’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 내용을 보면, 성폭력 범죄 신고율은 6.1%에 지나지 않는다. 여론을 들끓게 하는 어린이 대상 성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대책이 쏟아지는데도 어린이 대상 성범죄 건수가 증가하는 것은 이런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통계로 2005년 790명이었던 어린이 대상 성범죄자는 2006년 854명, 2007년 840명, 2008년 975명으로 늘었다.

미국식 엄벌주의에 기초한 대책의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1960~80년대 각종 범죄의 폭증을 경험했다. 미 법무부 자료를 보면, 이 기간 경찰에 접수된 전체 범죄 건수는 1960년 30만여건에서 1991년 148만여건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이어갔다. 미국은 1980년대 강한 처벌과 광범위한 감시 체제를 도입하는 ‘로 앤 오더’(law and order) 정책을 시행했고, 1991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선 범죄는 2001년 118만건까지 줄었다.

하지만 경기대 이백철 교수(교정학)는 “미국의 범죄율 감소는 1960년대 후반 각 주에서 낙태가 허용되면서 빈곤층 청소년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는 만큼, 범죄 예방 정책을 추진할 때는 사회적 모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미국식 제도의 모방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로 앤 오더’ 정책의 결과, 세계 인구의 5%를 차지하는 미국이 전세계 재소자의 25%에 이르는 재소자를 양산한 ‘범죄국가’가 된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미국의 살인사건 발생률은 여전히 서유럽 평균의 네 배에 이르는 점, 교정시설 확대가 결국 납세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도 미국식 정책의 한계로 꼽힌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형량 강화 등만이 아니라 종합적 범죄 감소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인권법)는 “영국에서 운용하는 파일럿 시스템을 보면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진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는 여러 시범지구를 정해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설치, 가로등 조도 상향, 순찰 강화 등의 대책을 실시했더니, 가로등 조도를 올렸을 때 범죄 발생률 저하 효과(-20%)가 가장 높았다고 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도 “전자발찌 도입이나 유전자정보 채취, 성범죄 처벌 강화 등 정부 대책들은 범죄 혐의가 인정돼 실형까지 선고받은 일부에 대한 것일 뿐”이라며 “어린이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 성폭력 예방 시스템 도입, 올바른 성인식 교육 등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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